천민민주주의 부추기는 왜곡·선동…교묘한 정보 짜깁기 작위적 결론
기사는 신중하게 써야 한다 - CBS 노컷뉴스를 고발하며
 
‘광장서 女 끌어안고 몸 밀착시킨 남자들, 무슨 일?’이란 기사가 눈에 쏠린다. 어디 한번 클릭해 보자. 내용을 보니 탱고 춤추는 거란다. 황당하군. 이게 언론사의 낚시질이다. 하나의 클릭수라도 올리기 위한 발버둥은 참으로 처참하다. 선정적일 수는 있지만 가증적일 수는 없다. 노컷뉴스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기사제목을 뽑았다. [단독] "개돼지"…자유경제원 '귀족엘리트주의'. 제목만 봐서는 자유경제원에서 “개돼지”라고 발언한 것처럼 보인다.
 
제목뿐만 아니라 기사 내용도 선동적인 표현으로 점철되어 있다. 인용부호를 사용한 개별 정보는 사실이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교모하게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자의적인 결론을 이끌어 냈다. 위 기사에서 비판한 토론회는 지난 4월 6일 자유경제원에서 ‘끝나지 않은 선전선동, 침식당하는 민주주의’ 주제로 열린 행사이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토론회가 엘리트에 의한 대중의 지배를 강조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즉 민주주의를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수준 높은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상대방을 철저히 배척하는 투표를 시행하기 전에, 사회 구성원 간에 충분한 토론과 합의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는 조건 하나가 붙는다. 

거짓 선동으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은 상태에서는 합리적인 비판과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는 것. 광우병, 천안함, 메르스 사태 등을 경험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건전한 공론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에 퍼진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을 만한 공권력과 언론의 역할이 막중하다.

   
▲ 노컷뉴스, 클릭수를 올리기 위한 발버둥으로 낚시성 기사를 뽑았다. [단독] "개돼지"…자유경제원 '귀족엘리트주의'. 제목만 봐서는 자유경제원에서 "개돼지"라고 발언한 것처럼 보인다./사진=노컷뉴스 메인페이지 캡처

 
그런 점에서 강원대 신중섭 교수의 발제는 우리 사회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선동꾼이 시민들의 머릿속을 오염시키는 세태를 지적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정치가, 이익집단”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여론을 주도하는 주체가 바로 정치인, 이익집단, 시민단체, 언론인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과 반성 및 보완점을 찾자는 것이 토론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주제이다. 엘리트가 대중 위에 군림해서 모든 것을 통제겠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노컷뉴스에서 우려하는 反민주주의 가치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토론회였다.
 
천민민주주의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신중섭 교수는 정치가, 이익집단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내부적 요인도 함께 지적했다. 시민들이 거짓 선동에 취약하고, 자기 몫을 요구만 하는 태도가 천민민주주의를 부추긴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국민들을 우매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인간관과 연결시키면 곤란하다. 

신 교수는 “대중들은 일부 지식인들에게 이용당한다”며 “이러한 사실을 자각하면 상황은 역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가치와 내재된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천하고 우매하다는 식의 인간관을 가지고 있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생각이다. 따라서 신 교수가 대중을 어리석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노컷뉴스의 비판은 한쪽 면만을 본 것이다. 논리학에서는 이를 ‘강조의 오류’라고 일컫는다.
 
한편 노컷뉴스 기자는 일각에서와 같은 표현으로 특정 대상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했다. 경향신문 박완규 前 기자는 주어가 없는 문장을 기사에 쓰는 것을 지양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객관성과 진실에 바탕을 두고 기사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언론인의 덕목 중 하나는 정직이다.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근거를 우겨 넣는 식으로 편집된 악의적인 기사에서 정직함을 찾긴 힘들다. 다음과 같은 사례에서 교훈 하나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신문 뉴욕 타임즈는 사진 설명이 잘못됐다며 63년 만에 정정 보도를 냈다.
 
엎어진 물을 다시 주워 담긴 힘들다. 그러나 노컷뉴스가 뉴욕 타임즈와 같은 권위지로 성장하려면 해당 기사에 대해 재검토 및 정정 보도를 내는 것이 좋다. 2시간 정도의 토론회를 시청하진 않더라도, 총 176쪽의 발제문 중에 신중섭 교수가 쓴 16페이지 분량의 글이라도 꼼꼼히 읽어보길 바란다. 대중은 대체로 합리적이고 옳은 판단을 내리지만, 때론 선동적인 피켓과 과격한 발언 하나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존재이다. 이를 명심하고 신중하게 기사를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진형 강원대 철학과, 자유경제원 인턴

   
▲ 시민들이 거짓 선동에 취약하고, 자기 몫을 요구만 하는 태도가 천민민주주의를 부추긴다. 이는 기본적으로 국민을 우매한 존재로 인식하는 인간관과 별개의 지적이다. 노컷뉴스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근거를 우겨넣었다./사진=윤서인의 자유원샷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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