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박유천과 강정호. 두 사람 모두 성폭행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고 받고 있는 처지다. 그런데 두 사람을 향하고 있는 언론과 사회의 시선은 완전히 다르다. 박유천은 성폭행 혐의로 4명의 여성에게 고소당했지만 경찰은 15일 무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송치했다. 강정호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박유천은 대한민국에서, 강정호는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성폭행 스캔들에 휘말렸다. 박유천은 현재 성폭행 혐의는 모두 무죄로, 고소녀 중 한 명과는 성매매 와 사기혐의로 기소됐다. 성매매혐의도 박유천의 소속사는 강력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애초 박유천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소속사는 강력 부인했다. 그리고 경찰조사 결과 4명의 고소녀의 성폭행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사건 발생 한 달 만이다. 그동안 온갖 언론의 추측과 루머가 떠돌며 박유천은 하루아침에 한류스타에서 파렴치한으로 매도됐다. 대중과 팬의 인기를 먹고 사는 배우나 가수로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대중과 팬으로부터 이미 중형을 선고 받았다.

   
▲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성폭행 혐의에 대해 경찰은 강제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사진=박유천 소속사 홈페이지

강정호는 어떨까? 강정호 사건이 터지자 국내 언론은 역시나 다를까 앞다퉈 온갖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다. 선수생명이 끝났다느니, 160년형을 받을 수도 있다는 등 근거 없는 주장들이 나돌았다. 반면 사건이 터진 미국의 현지 언론들은 대조적이었다. 

현지언론은 최초 보도를 한 신문의 기사를 받는 수준에서 그쳤다. 대부분의 댓글도 강정호를 비난하기보다는 옹호하는 글들이 많았다. 물론 대한민국 내 박유천과 미국 메이저리그에 간 한국인 강정호 선수에 대한 현지의 지명도와 영향력은  정량으로 평가하기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더구나 언론의 시각은 큰 차이를 보였다.

강정호에 대한 후속보도가 쏟아지고 인터넷과 언론이 떠들썩하리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국 현지 언론 보도는 강정호가 호텔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다는 이야기 딱 거기까지다. 후속보도도 가십성 기사도 없었다.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던 강정호는 다음날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고, 역전타까지 때렸다. 오늘도 여전히 경기에 출전해 팀 승리에 공헌했다. 강정호 뿐만 아니라 구단 및 관계자들 모두가 성폭행과 관련해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 이외에는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언론의 추측성 보도도 없었다. 소속팀이나 언론이나 증거수집단계일 뿐이라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강정호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추측보도도 하지 않았다.

박유천은 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범죄자로 낙인 찍혔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생중계도 모자라 온갖 추측과 ‘카더라’식 방송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마녀사냥식 보도로 매도했다. 한류스타로 이미지를 굳혔던 그는 연예활동은 고사하고 국내 언론보도를 퍼나르는 해외 방송까지 호들갑을 떨게 만들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무죄추정의 원칙’은 우리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형사소송에 있어서의 대원칙이다. 우리 형법도 수사기관이 공판청구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연 박유천 사건에서 이런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을까. 

박유천은 성폭행 스캔들에 휘말리는 순간부터 개인의 인권은 몇몇 선동적인 언론과 무분별하게 양성해내는 루머에 의해 철저히 짓밟혔다.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처분을 받았지만 그는 이미 어떤 형벌보다도 무서운 여론 재판의 희생양이 됐다. 과연 강정호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구단이나 언론의 철저한 무죄추정의 원칙 아래 인권을 보호 받으며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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