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면서 고객 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뒤 최근 잠적한 모 증권사 강서지점 A차장이 이전에도 수차례 사고를 일으켜 회사와 금융감독 당국의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 직원은 수억 원의 채무가 있어 월급을 가압류당할 정도로 경제 사정이 나빴는데도 영업 현장에 남아 있다가 또 사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감독 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A차장은 "연 25%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며 수년간 고객 20여 명으로부터 30억원가량을 받았다.

증권사 고객 외에 대학 동문까지 포함할 경우 A차장이 받아간 돈은 총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차장은 "여당 실력자도 투자에 참여하고 있어 절대 비밀에 부쳐야 한다"며 회사 정상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돈을 부치도록 했다. 그러고는 '절대 보안'을 요구하는 각서를 받아놓기까지 했다.

A차장은 주로 지점에서 종전에 거래하던 주부 고객을 상대로 이 같은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한 피해자 가족은 "금융 지식이 많지 않은 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IPO주(공모주) 투자 같은 그럴듯한 얘기를 해가며 돈을 받아갔다"고 말했다.

A차장은 고객들에게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회사에 고객 민원이 잇따라 들어오자 지난달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그는 과거에도 두 차례 금융사고를 일으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차장은 2008년 위탁매매용 고객 돈 수십억원을 활용해 자기 맘대로 주식을 사고팔다가 20억원가량 손실을 냈다. 피해자가 법원에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3년 회사와 A차장이 함께 피해액의 절반인 10억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회사 측은 이 사건으로 A차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7700만원 수준의 급여를 가압류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회사는 A차장의 행적에 관한 정밀 조사에 들어갔는데 또 다른 사고가 발견됐다. 옵션 투자를 해 주겠다면서 지점 고객 5명의 돈 4억여원을 다른 증권사 계좌로 받아 몰래 자금을 굴린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총 급여 가압류액이 6억원대로 불어난 A차장 사건은 금감원에까지 주요 사고 사례로 보고돼 감봉 6개월 제재를 받았다.

회사 측은 일련의 사고 이후 A차장의 비위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했지만 업무 공간 밖에서 벌어진 최근 사고를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A차장이 개인 간 계좌를 통해 사기를 저질러 파악할 길이 없었다"며 "회사 차원에선 관리 소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과 적극적으로 합의를 시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가 많았던 A차장을 계속 영업 현장에 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조치였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한다.

한 피해자는 "신용불량자나 마찬가지인 사람을 증권사 창구에 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멀쩡한 대형 증권사 직원이라는 신분을 믿고 돈을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발생 때마다 급여가 가압류되는 등 특수 상황에 처한 직원에 대해서는 회사가 내부 통제상 중점 감시를 하도록 지도해 왔다"며 "징계를 이유로는 영업 현장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명문 규정이 없어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부터 유사한 사고가 날 때마다 정상적인 금융투자 계좌가 아닌 사적 자금 거래를 하지 말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왔다"며 "금융회사 직원일지라도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면서 사적 계좌로 돈을 보내라는 요구에는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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