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최근 재건축 고분양가 등의 영향으로 집값 상승세를 견인했던 강남 3구를 비롯해 전국 전세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17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 3구 아파트 전셋값이 일제히 하락했다. 강남구가 0.18% 떨어졌고 서초구가 0.10%, 송파구가 0.01% 각각 내렸다. 이달 들어 강남 3구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말보다 0.07% 떨어졌다. 작년 7월 강남 3구의 전셋값이 평균 1.09%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통상 방학 이사철을 앞두고 학군 수요가 몰리던 곳이지만 올해는 지난 겨울방학에 이어 여름에도 방학특수가 실종됐다. 강남 3구 월별 평균 전셋값은 올해 들어 1월과 6월에 소폭 상승 전환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스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요즘 휴가철 비수기로 접어들었지만 여름방학 수요가 방학 때 이사를 하려면 이미 전세시장이 움직였어야 하는데 올해는 겨울방학 때부터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전세는 줄줄이 나와 있는데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낮춘 전세도 빨리 소진이 안되다 보니 가격도 약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87년 입주한 잠원동 강변아파트 전용면적 66.29㎡의 경우 지난해 연말 4억8000만원이던 전셋값이 최근 4억2000만∼4억4000만원으로 4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해 잔금 납부 기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서초구 신반포팰리스는 지난달 입주 초기 10억∼11억원이던 전셋값이 현재 9억∼10억원으로 1억원이나 떨어진 상태다.

강남권의 경우 입시제도 변화로 학군수요는 점점 감소하고 있는데 위례·하남미사지구 등 인근의 신도시와 택지지구에서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송파구 잠실의 경우 비교적 지은 지 오래된 미성·진주아파트 등은 물론 새 아파트군에 속하는 잠실 엘스·리센츠 등의 전세도 수요가 없어 냉랭하다. 장미아파트 전용 82㎡ 전셋값은 4억5000만∼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000만원 하락했다.

강남권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기존 신도시도 전세수요가 예년보다 급감했다. 위례·광교·화성동탄2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의 새 아파트 입주 영향을 크게 받은 분위기다.

부동산114의 2분기 전셋값 통계에 따르면 광교(0.92%)·동탄(0.72%) 등 새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세를 보인 반면 이들 지역의 입주 영향으로 판교(-0.51%)·분당(-0.19%) 등지는 전셋값이 하락했다.

인천지역의 공급 물량 증가로 김포한강(-0.99%) 신도시의 전셋값도 약세를 보였다.

특히 판교와 분당 등 기존에 전셋값이 비쌌던 신도시의 경우 새로 조성되는 신도시에 상대적으로 싼 전세가 쏟아지면서 세입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지방에서도 입주물량이 증가한 대구와 경북지역은 지난 1분기 각각 0.70%, 0.48% 하락한 데 이어 2분기에는 -1.86%, -0.55로 낙폭이 확대됐다. 충남지역도 1분기 -0.22%에서 2분기 -0.28%로 하락 폭이 커졌고 조선업 구조조정 영향까지 겹친 경남지역도 2분기 -0.14%로 하락 전환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새 아파트 입주가 증가하는 지역은 기존 주택의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내년부터 2018까지 전국적으로 70만가구가 넘는 아파트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라며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수도권과 지방에서는 역전세난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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