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야후가 다음달 5일 구버전 메신저를 종료키로 하면서 채권 시장에서 독점적으로 사용됐던 야후 메신저의 대안 찾기가 한창이다. 야후의 신 버전 메신저는 대화내용 저장 기능이 포함되지 않아 채권거래 시 기록을 3년간 유지해야 하는 관련 규정에 위반된다. 이에 따라 채권업무 종사자의 대규모 ‘디지털 망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야후메신저를 대체할 것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금융투자협회의 프리본드(FreeBond) 메신저다. 프리본드는 금융투자협회가 2010년 4월 출시한 채권 장외거래시스템이다. 채권거래 전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안정성과 보안성에서 야후 메신저에 비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야후 서버가 불안정하거나 메신저가 오류를 나타내면 장외채권 규모가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프리본드 메신저는 그럴 염려가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프리본드에서는 채권 매수‧매도 양측의 다양한 호가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대화방도 이용할 수 있다.

야후 메신저 친구도 그대로 불러올 수 있어 갈아타기에 가장 좋은 메신저로 꼽힌다. 또 규정상 어차피 해야 하는 호가 보고도 프리본드 메신저를 사용하면 따로 할 필요가 없어 간편하다.

채권업무 관련자가 아닌 일반인의 이용이 제한되지만 전문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이다. 다만, 금투협이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메신저 감시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남달현 금투협 채권부장은 “금투협이 메신저 대화를 절대 들여다볼 수 없다”며 “대화 내용은 추후 각 사별로 암호로 바뀌어 저장되기 때문에 대화 내용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프리본드 메신저와 더불어 은행권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로이터 메신저도 다른 대안으로 꼽힌다. 이 메신저는 로이터 단말기와 연동이 가능하고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대화를 로이터 측에 저장하려면 5명당 160달러라는 비용이 들어간다. 또 외국의 정보제공 업체가 우리나라 채권시장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로이터 메신저는 대화 내용 저장을 하는 데 비용이 들고, 외국 메신저다보니 꺼림칙한 면인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국내 기업 컴플라이언스(기업활동과 관련한 법령과 규정 준수) 부서에서 꺼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국내 기업에서는 모니터링이 어려워 구글 메일도 못 쓰게 하는 기업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 선물회사 임원은 “로이터 메신저를 쓰면 1년에 2000만~3000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며 “딜러들과 협의해 무료인 프리본드 메신저를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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