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은 금물…흑자 회사가 적자기업 쉽게 인수하도록 인센티브 제공해야
   
▲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경제 구조조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 한국경제는 국내외 경제 환경의 악화로 구조조정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기업 성장 유인을 차단하는 획일적인 평등주의적 대기업 규제정책과 중소기업 지원정책들로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등 후발국들의 추격으로 우리의 중화학공업 부문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잠식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을 못 벗어나면서 전반적인 수출시장이 정체되어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럴 때마다 등장하는 구호가 ‘구조조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구호는 요란하지만 구조조정이 제대로 잘 안 된다는 점이다. 우선은 구조조정을 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경우가 정치적 판단이 개입하면서 국고를 축내어 지원하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디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필자는 시장은 매일매일 구조조정을 하는 장치라고 말한다. 시장은 매일 기업들을 상대로 그 성과에 따라 지원할 기업과 퇴출시킬 기업을 선택한다. 우리가 시장에서 행사하는 구매력이 바로 그 힘의 원천이다.

우리가 더 많이 구매하는 기업은 더 지원을 받아 승승장구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안타깝지만 시장을 떠나게 된다. 바로 우리 소비자나 구매자가 바로 구조조정의 주체인 셈이다. 이를 통해 시장경제는 보다 더 건강한 기업들로 채워지면서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더 많은 구매력 투표를 받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그 대가로 성공을 얻는다.

기업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경쟁자를 몰아내고 그 시장을 확보하여 더 성장하기 위함이며, 결국 우리와 같은 소비자나 구매자들은 이를 조장`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공적으로는 목소리 높여 약자를 위해야 한다는 정치인들도 도덕철학자들도 돈을 들고 서로 낯선 시장에 나가면 바로 거꾸로 시장의 강자를 선택하여 이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런 차별적 선택 과정에 따르는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을 찾아내야 하는 정보 비용 때문에, 그리고 기업 간의 인수합병 등에 따르는 거래 비용 때문에 구조조정을 쉽게 잘 해내지 못한다. 누가 봐도 뻔히 퇴출되어야 할 기업과 살아남아야 할 기업이 혼재하여 모두가 이전투구하면서 구조조정을 못 해 경제가 바닥을 향해 가는 현상이 바로 이런 시장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정부의 구조조정 역할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 구조조정 자금이라는 말은 이와 같이 차별적으로 승자에게만 제공되는 인센티브적 성격이라야 하지 만일 적자기업들을 도와 살리는 목적으로 쓰인다면 구조조정은 오히려 지연되고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사진=미디어펜


이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구조조정을 촉진하고자 할 경우 어떤 원칙을 따라야 할지는 분명해진다. 명백히 드러난 시장 성과에 따라 어려운 상황하에서도 그나마 상대적으로 성과가 우수한 기업 혹은 흑자기업을 살리고 적자기업을 퇴출시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구조조정 방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적자기업의 단순한 퇴출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의 개입이 필요할 때까지 구조조정이 지연된 이유는 바로 인수합병에 수반하는 높은 거래 비용 때문에, 그리고 기업의 청산 등 기업 소멸은 실업을 유발하기 때문에 정부에 의한 구조조정은 상대적으로 흑자인 기업이 적자기업을 쉽게 인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식이 되어야 구조조정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이에 수반하는 고용감소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경우 흑자기업이 적자기업을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인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일정 정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구조조정 자금이라는 말은 이와 같이 차별적으로 승자에게만 제공되는 인센티브적 성격이라야 하지 만일 적자기업들을 도와 살리는 목적으로 쓰인다면 구조조정은 오히려 지연되고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경우 기업의 성과를 평가함에 있어 개별기업들은 물론 해당 산업의 미래 성장 능력을 중시해야 한다고도 하는데 이는 원칙상 옳은 지적이긴 하다. 그렇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커서 오히려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지침으로 활용하기는 곤란하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 정부에 의한 구조조정은 상대적으로 흑자인 기업이 적자기업을 쉽게 인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식이 되어야 구조조정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이에 수반하는 고용감소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글은 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코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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