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게임강국? 게임 산업 죽인 문체부·여가부의 규제
이어지는 '포켓몬 Go' 인기…따로 노는 정부의 뒷북치기

포켓몬 Go의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에서 속초행 버스 매진 사례가 속출했다. 지난 며칠간 백만 명 이상의 사람이 방문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포켓몬 Go를 플레이하기 위한 게임 매니아들의 행진이다. GPS를 조작, 부산이나 서울 일각에서 포켓몬 Go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지난번 알파고 바둑 열풍에 이어 정부의 뒷북치기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번 포켓몬 Go의 성공에 자극 받아,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마이스터고를 만들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문체부와 발맞추어 게임 셧다운제를 일부 해제하기로 밝혔다. 부모선택제라는 명목으로 미성년 부모에게 게임 셧다운을 해제하는 선택권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게임 산업이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세계 게임산업을 선도하는 미국과 일본에서 게임 학교를 만들지 않았을까. 보통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료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 그저 뜨는 이슈에 맞춰 정책을 만든다. 무위도식도 이런 경우가 없다.

   
▲ 포켓몬 GO의 개발사 니앤틱 관계자는 “포켓몬 GO의 게임 업데이트는 2주마다 진행될 것”이라며 정기적인 콘텐츠 추가를 약속했다./사진=유튜브 영상 'Discover Pokémon in the Real World with Pokémon GO!' (The Official Pokémon Channel)


문체부 여가부 등 정부 관료들의 착각과 다르게 포켓몬 Go의 열풍은 원작 만화에 기인한다. 증강현실(AR) 기술은 겉옷에 불과하다. 관건은 출시 후 지난 20년간 쌓아온 포켓몬 스토리텔링의 인지도다. 과거 이벤트용 전설의 포켓몬을 받으려고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장사진이었던 때가 있었다. 아이템을 얻으려고 포켓몬 빵을 사려는 아이들이 허다했다.

그런데 문체부, 여가부 등에서 이번 포켓몬 Go 열풍에 발맞추어 발표한 대책은 실현 불가능한 패스트 팔로워 방책이다. 알맹이 하나 없으면서 몇 년 내에 따라잡겠다는 도둑놈 심보다.

포켓몬의 역사는 20년이다. 한 세대 이상과 호흡해 와, 세대와 세대를 연결해주는 살아있는 콘텐츠로 거듭났다. 포켓몬은 지난 20년 간 기술의 진화를 거쳐 증강현실과 스마트폰을 만났다. 그 결과가 포켓몬 Go다. 이제 과거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고 그들이 지금의 아이들과 손을 잡고 산과 들 대신에 도시와 거리를 뛰어다니며 포켓몬을 수집할 수 있게 됐다. 포켓몬 열풍의 근원은 무엇일까. 

   
▲ 가까운 유저들끼리 포켓몬 배틀, 야생의 포켓몬과 배틀, 이벤트로 펼쳐지는 전설의 포켓몬 레이드 등이 조만간 현실화될 전망이다./사진=유튜브 영상 'Discover Pokémon in the Real World with Pokémon GO!' (The Official Pokémon Channel)


포켓몬은 (교육부 여가부 관료들의 예상과 달리) 닌텐도 게임 기획력과 기술력이 만나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게임이 아니다. 어린 시절 곤충채집과 게임에 푹 빠져 지냈던 포켓몬 개발자, 타지리 사토시에 의해서였다. 자폐증도 앓던 타지리 사토시는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고 그는 직접 게임을 만들 생각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사토시는 어린 시절 곤충채집의 추억을 떠올리며 도시화로 곤충채집이 힘들어진 아이들의 대리만족을 위해 포켓몬스터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지금의 포켓몬 Go 열풍으로까지 이어진 포켓몬의 시작이다.

한국은 게임왕국이 아니다. 소비자로서 게임을 즐겨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게임 산업은 죽은 지 오래다. 주범은 문체부, 여가부 등 관료들의 규제다. 캐쉬를 주고 아이템을 사야 게임 참여가 가능한 넥슨의 게임 영업 방식은 부수적인 요인이다. 한때 난다 긴다 했던 게임회사들은 영업을 접었거나 중국, 일본으로 자리를 옮겼다.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받아온 셧다운제에 대해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깨끗하게 폐지하기는 커녕 ‘디지털 시대 진로교육으로 활용’, ‘환경을 통합적으로 살피는 사회문화적 관점’, ‘학부모 교사 등 모든 이해당사자 고려하여 학교교육과 연계한 균형잡힌 게임 이용’ 등을 운운하며 부모선택제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포켓몬 Go 열풍과 하등 관계없는 공무원 놀이에 여념 없는 관료들이다. 답이 없는 관료주의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포켓몬 GO의 열풍은 이제 시작이다. 포켓몬 콘텐츠가 원래 갖고 있던 여러 가지 대결 형태가 아직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사진=유튜브 영상 'Discover Pokémon in the Real World with Pokémon GO!' (The Official Pokémon Cha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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