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공작원 출신 "해킹 쉬운 스테가노그라피 대신 옛수단 부활시켰을수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16년만에 남파공작원에게 지령을 내리는 일명 ‘난수방송’을 재개하자 사드배치에 반발하며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굳이 난수방송으로 심리전을 펼칠 이유가 없고, 실제로 남파공작원에게 지령을 주거나 앞으로 지령을 주기 위한 훈련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남파공작원 출신들은 북한이 최근 들어 사용해온 스테가노그라피 대신 옛날 방식인 난수방송으로 전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터넷을 이용해 지령을 내리는 스테가노그라피의 경우 이메일을 받는 사람이 특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간첩이 누구인지 알면 해킹이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이 자신들의 방송으로 내보내는 난수방송의 경우 누가 이 방송을 듣는지도 모를뿐더러 간첩 외에는 지령 내용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북한이 난수방송을 재개했다면 본격적으로 남파공작원을 내려보냈거나 앞으로 내려보낼 목적이라는 주장이다. 남파간첩의 대남 공작활동이 활발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단순한 심리전이기보다 실제 남파공작원에게 활용하기 위해 난수방송을 다시 시작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한 대목이다. 

   
▲ 북한이 16년만에 남파공작원에게 지령을 내리는 일명 ‘난수방송’을 15일 재개하면서 사드배치에 반발하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김정은은 19일 동해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20일 이 소식을 전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앉은 탁자에 '전략군화력타격계획'이라는 제목의 대형 한반도 지도가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난수방송은 북한에서 ‘숫자방송’으로 불린다고 한다. 또 사전에 통신조직표로 반복된 훈련을 받아야 해독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난수방송은 국내에서 포섭된 간첩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고, 북한에서 직접 남파된 간첩이라야 활용이 가능하다.

국내에 거주하는 남파공작원 출신 김모 씨는 “난수방송은 북한에서 사전에 훈련을 받아야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에서 처음 남파된 입장에서 피씨방 등을 이용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북한이 내보내는 난수방송으로 지령을 받는 것이 수월하다”면서 “북한이 난수방송을 재개했다면 실제로 남파공작원에게 지령을 내리거나 앞으로 지령을 내리기 위해 시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의원도 “북한 공작원 출신들에게 이번 북한의 난수방송 재개에 대해 물어보니 북한의 신규 남파공작원을 파견했고 이 공작원들을 대상으로 난수방송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지금까지 써오던 인터넷을 통한 스테가노그라피 기술은 국정원에 많이 알려졌고 해킹에도 취약점이 있다고 한다. 그에 반해 숫자방식은 암호 해독방법을 알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북한은 한국 현지인 간첩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통한 지령 수신 방법을 쓰되 직파 공작원의 경우는 점차적으로 난수방송을 하는 것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진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공작원은 없고 북한의 심리전에 불과하다고 정부가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안이한 생각”이라며 “안보 문제를 이렇게 안이하게 접근하니 사드 같은 국가의 명운이 달린 문제도 불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난수방송은 지난 15일 북한의 평양방송 정규시간이 끝난 뒤 돌연 시작됐다. 이날 새벽 0시45분쯤 아나운서 목소리로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을 위한 복습과제를 알리겠다”며 페이지 수와 번호를 나열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정 책자의 페이지와 글자 위치를 통해 뜻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북한은 난수방송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오다가 지난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중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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