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유망주 김보름(21·한국체대)이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김보름은 9일 오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여자 3000m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4분12초08,1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3,000m 9위를 차지했던 김보름은 당시 기록(4분12초69)보다 좋은 기록을 냈으나 정상급과는 거리가 있었다.
 
스타트가 좋지 못했다. 김보름은 첫 200m에서 21초0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후 1,800m까지 계속해서 32초대의 구간기록(400m)을 유지했다.
 
그러나 갑자기 스퍼트를 끌어올려서인지 1,800m 이후부터 속도가 처지기 시작했고, 결국 4분10초대 이내의 기록을 내지 못했다.
 
함께 출전한 노선영(25·강원도청)은 4분19초02를 기록해 25위에 머물렀다.
 
노선영은 팔꿈치·어깨 골절상으로 이번 올림픽 출전이 불발된 후 뼈의 암 일종인 골육종 진단을 받은 노진규(22·한국체대)의 누나다.  "동생 몫까지 뛰겠다"고 의지를 다졌지만 아쉬움을 남긴 채 레이스를 마쳤다.
 
그는 레이스 도중 인·아웃코스를 구분하기 위해 착용한 밴드가 흘러내리는 바람에 주춤, 기대 이하의 기록을 내고 말았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과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 이어 세 번째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노선영은 앞선 두 차례 올림픽에서 3,000m 19위에 올랐으나 이날은 순위가 더욱 처졌다.
 
양신영(24·전라북도청)은 4분23초67을 기록해 27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여자 3.000m에서는 이 종목 최강자로 꼽히는 이렌 뷔스트(28·네덜란드)가 4분00초34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남자 5,000m에서 메달을 모두 쓸어담은 네덜란드는 여자 3,000m 금메달리스트까지 배출,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으로서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체코의 마르티나 마브리코바(27)가 4분01초95로 2위를, 올가 그라프(31·러시아)가 4분03초47로 3위를 차지했다.
 
김보름과 노선영, 양신영은 21~22일 벌어지는 팀추월에 출전, 메달에 도전한다.
 
이번 소치올림픽 최종 목표를 15위권 진입으로 잡았던 한국 스키점프는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4년 후를 기약해야 했다.
 
김현기(33)·최서우(32)·최흥철(33·이상 하이원리조트)은 10일 오전 러시아 소치의 러스키 고르키 점핑센터에서 열린 스키점프 남자 개인 노멀힐(K-95) 1라운드에서 전원 30위 밖으로 밀려 결선행이 좌절됐다.
 
최서우는 95m를 도약해 거리점수 60점과 자세점수 52점 그리고 바람에 따른 가점 4.2점을 얻어 한국선수 중 가장 높은 116.2점을 얻었으나 33위에 그쳐 결선진출에 실패했다. 
 
각각 41위와 42위에 그친 김현기(109.2점)와 최흥철(109.1점)도 1라운드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모두 결선진출에 실패한 스키점프 대표팀은 15일 오전 2시30분부터 시작하는 개인 라지힐 예선전에 참가,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한국 남자 크로스컨트리의 황준호(21·단국대)와 여자 바이애슬론의 문지희(26·전남체육회)는 올림픽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황준호는 라우라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남자 30㎞추적에서 참가 선수 68명 가운데 맨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출발부터 최하위권에 머물며 어려운 경기를 예상케 했던 황준호는 경기 내내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1.7㎞구간을 선두에 18초 뒤진 4분09초02(67위)로 통과한 황준호는 이후 3.75㎞구간부터 68위로 내려앉았다. 
 
레이스 중반 12.9㎞구간을 35분37초03, 67위로 통과하며 반짝 힘을 낸 그는 15㎞구간까지 67위를 지키다가 20㎞구간 이후 68위로 떨어진 뒤 이를 만회하지 못했다.
 
금메달은 스위스의 다이로 콜로냐(28)가 차지했다. 1시간08분15초04로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마르쿠스 헬레너(스웨덴·1시간08분15초08)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1시간08분16초08의 마르틴 순드바이(노르웨이)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이 부분 13위에 그쳤던 콜로냐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밴쿠버 대회 15㎞ 개인출발 금메달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문지희는 바이애슬론 여자 7.5㎞ 스프린트에서 출전 선수 84명 가운데 74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첫 올림픽이었던 2010밴쿠버대회에서 83위 중 73위를 기록했던 문지희는 소치에서도 하위권을 벗어나는데 실패했다. 60위까지 주어지는 바이애슬론 여자 10㎞ 출전권 티켓도 놓쳤다.
 
금메달은 21분06초80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아나스타지아 크즈미나(30·슬로바키아)가 차지했다. 올가 빌루크히나(26·러시아)와 비타 세메렌코(28·우크라이나)가 각각 21분26초70과 21분28초50를 기록해 은메달과 동메달을 나눠가졌다.
 
러시아 여자 피겨스케이팅 '기대주'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가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러시아의 단체전 우승에 힘을 보탰다. 
 
리프니츠카야는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1.51점을 받아 1위를 기록했다.
 
기술점수(TES) 71.69점과 예술점수(PCS) 69.82점을 받은 리프니츠카야는 129.38점에 그친 미국의 그레이시 골드(19)를 크게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전날인 9일 여자 쇼트프로그램에서 72.90점으로 1위를 차지했던 리프니츠카야는 프리에서도 압도적인 점수차로 1위에 오르며 러시아의 이 종목 초대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쇼트와 프리 합계에서 214.41점을 받은 리프니츠카야는 김연아(24)가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기록한 228.56점에는 못 미쳤지만 김연아가 올 시즌 소화한 '자그레브 오브 크로아티아'에서의 204.49점을 훌쩍 뛰어넘었다.
 
홈그라운드 이점을 앞세운 리프니츠카야는 여자 개인전 싱글에서 김연아를 위협할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러시아는 아이스댄스에서 3위(8점)를 더해 최종 75점으로 캐나다(2위·65점)를 크게 따돌리고 단체전 금메달을 확정했다. 
 
오스트리아의 마티아스 마이어(24)는 첫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이어는 로사 쿠토르 알파인 센터에서 열린 알파인스키 남자 활강 결승에서 2분06초23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분06초29를 기록한 크리스토프 이너호프(30·이탈리아)와 2분06초33의 키예틸 얀스루드(29·노르웨이)는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마이어는 처음 출전한 동계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1988캘거리동계올림픽 슈퍼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딴 아버지 헬무트 마이어(48)의 기록도 넘어섰다. 
 
그동안 FIS(국제스키연맹) 월드컵 시리즈와 FIS 레이스에는 출전한 적이 있지만 올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자 스노보드의 제이미 앤더슨(24·미국)은 신설된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초대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앤더슨은 로사 쿠토르 익스트림 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 결승 2차 레이스에서 95.25.점을 받아 핀란드의 에니 루카자르비(24·92.50점)와 영국의 제니 존스(34·87.25점)를 각각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동계종목만을 모아둔 X게임 슬로프스타일에서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랭킹 1위를 차지하며 일찌감치 가능성을 알렸던 앤더슨은 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이 분야 최강자임을 입증해 냈다.
 
한국은 10일 쇼트트랙의 신다운(21·서울시청)과 스피드스케이팅의 모태범(25·대한항공)을 앞세워 본격적인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신다운은 10일 오후 9시5분에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예정된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 출전하고, 모태범은 오후 11시55분 아들러 아레나 스케이팅센터에서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중간 순위에서는 노르웨이가 금 2·은 1·동 4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순위 1위를 유지했다.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을 앞세워 금 2·은 1·동 1개로 종합 2위로 뛰어올랐다. 
 
미국은 종합 3위(금 2·동 2)를, 개최국 러시아는 캐나다와 함께 공동 3위(금 1·은 2·동 1)로 추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