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해외원정도박, 승부조작, 음주운전, 금지약물 복용, 음란행위, 도박사이트 개설 연루설…. 한국 프로야구의 현주소다. 올해 역대 최다인 800만 관중 시대를 열겠다던 야심찬 계획을 세웠던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잇단 구설에 뒤숭숭하다.

수많은 팬들과 어린이들에게 꿈을 안겨 주겠다며 출발한 프로야구는 이제 국민스포츠 반열에 올랐다. 프로선수가 공인이냐 아니냐를 떠나 팬들의 사랑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스포츠란 점에서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7월 한 달에만 세 건의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kt의 김상현은 음란 행위 사실이 드러나면서 팀은 그를 임의탈퇴 시켰다. 그리고 NC다이노스 투수 이태양과 넥센 입단 입단 동기생인 문우람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삼성 투수 안지만은 해외원정도박 혐의에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개설 연루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같은 팀 소속 투수 윤성환은 원정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 이태양의 소속 구단 NC다이노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야구팬 여러분 그리고 타구단과 리그에 깊이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NC다이노스 홈페이지 캡쳐

지난 시즌 말 삼성의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현 KIA), 오승환(현 미국프로야구 세인트 카디널스) 해외원정 도박으로 논란을 일으켰었다. 불과 반 년 만에 다시 터진 도박 사건은 구단의 선수관리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모든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은 최악이다. 이태양은 지난해 선발로 출전한 4경기에서 고의 볼넷을 던지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지검은 21일 승부조작 브로커 1명을 구속하고 이태양과 전주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태양과 넥센 입단 동기생으로 지난해 12월 국군체육부대에 입단한 문우람도 브로커를 소개하는 등 숭부조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태양의 승부조작 수법은 지난 2012년 프로야구계를 들끓게 했던 LG 투수 김성현, 박현준 사건과 판박이다. 당시 김성현은 4~5차례에 걸쳐 고의 볼넷을 허용하는 방법으로 승부를 조작했다.

이들의 승부조작 수법은 야구계에서 널리 알려진 불법베팅 방식이다. 투수가 첫 타자를 상대로 '초구를 스트라이크를 던지느냐, 볼넷을 던지느냐'  '직구냐, 변화구냐' '첫 타자가 삼진이냐 볼넷이냐' 등을 맞추는 이른바 '○, ×'형태다. 4년전 김성현이나 이번 이태양의 사건처럼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낼 경우 볼넷에 베팅한 사람이 돈을 챙긴다. 초구와 볼넷을 동시에 맞히면 배당은 올라간다. 불법 스포츠토토는  지역별 총책이 회원을 모집한 후 이를 전국 조직과 연계해 불법 도박을 벌인다.

잇단 물의에 일각에서는 프로야구계 전체가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며 KBO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특히 이태양의 승부조작 사건은 4년 전 같은 김성현과 박성현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시 KBO는 상시 모니터링 체제 구축, 신고자에 대한 포상 및 처벌 감면제 도입, 예방 교육 및 자정활동 강화, 가담자 무관용 원칙 등을 천명했었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의혹 자체만으로도 프로야구계는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더구나 해외원정도박이나 승부조작 사건이 처음이 아니란 점에서 더욱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승부조작 같은 스포츠 정신이 실종된 스포츠는 범죄다.

한편 KBO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사건을 매우 중대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선수들에 대해서는 정황이 확인되는 즉시 우선 참가활동정지 조치를 취하고 사법적인 결과에 따라 실격 처리 등 일벌백계의 엄정한 제재를 가하도록 할 것"이라며 "아울러 재발방지를 위한 리그 차원의 확고한 대책을 수립하고 불법 스포츠 배팅사이트의 근절을 위해 정부당국, 프로스포츠 협회, 각 연맹과 더욱 긴밀하게 협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대국민 사과문을 올렸다.

승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이태양의 소속 구단 NC다이노스도 홈페이지를 통해 "야구팬 여러분 그리고 타구단과 리그에 깊이 사과드린다"며 "선수단에 대한 부정행위 방지교육을 맡고, 유사행위를 감시하는 '윤리감사관' 제도를 구단 내에 신설하겠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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