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김대중·김영삼·김종필 순…선관위·한국정치학회 공동 개함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일면서 봉인됐던 '구로을 선거구' 부재자 우편투표함이 봉됐다. 이는 29년 만이다.

한국정치학회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 대강당에서 구로을 우편투표함에 대한 개함·개표 작업을 실시했다.

개표 실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맡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투표함 진위 검증을 지원했다.

현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종걸·국민의당 양윤녕 사무부총장 등이 정당 대표 자격으로 참관했다. 새누리당은 당내 경선 준비 관계 등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표 결과 전체 유효 득표수 4243표 중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가 가장 많은 3133표를 득표했다.

이어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575표)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404표)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후보(130표) ▲신정일 한주의통일한국당(1표)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전체 부재자 신고인 4529명 중 실제 투표인수는 4325명이었다. 무효표는 2표 발생했다.

13대 대선 투표 당일인 1987년 12월 16일 발생한 '구로구청 농성사건'의 발단이 됐던 이 투표함은 이날까지 미개봉 상태로 선관위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당시 구로구청 농성자들은 부재자 투표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며 투표함을 탈취하고 44시간가량 구로을 선관위를 점거했다.

이후 선관위가 투표함을 되찾았으나 당시 개표결과 노태우 당선후보와 김영삼 차점후보 간 194만여표의 차이가 있어 구로을 부재자 투표함에 든 4325표(선관위 당시 추정)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보고 봉인을 결정했다.

이번 개봉 결정은 한국정치학회의 연구용역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한편 국정치학회는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통한 과학적 검증 및 당시 사건 관계자들의 구술자료 등을 토대로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고 선관위에 종합결과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