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에 입각? 헌법가치 반하고 좌편향적인 포퓰리즘법의 홍수
대한민국 국회, 법안 찍어내는 공장으로 전락할 것인가

대한민국 20번 째 공장 가동

- 제 00대 국회 1호 법안 발의자는 C의원으로…
- 2016년 하반기 발의실적 OO당 A의원 23건(1위), □□당 B의원 18건(2위) …

개원 초, 또는 일정 주기 때 마다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는 헤드라인. 지난 며칠도 다르지 않았다. 이는 꽤나 오래 전부터 다양한 크기로 회자되고 있는 소재 중 하나인 ‘발의 실적’의 이야기다. 이번 20대 국회는 여당 모 의원의 1호 법안을 시작으로 개원을 맞이했다.

지난 달, 이 집 저 집 할 것 없이 공장 가동에 열을 올렸다. 개원을 알리는 1호 법안의 신호탄과 함께 개원 후 한 달 만에 의안과에 제출된 법안은 500건을 초과했다. 이는 하루 평균 16건, 의원 당 평균 1.7건을 발의한 셈이다(법안 발의를 위해선 대표발의자 포함 총 10명 의원의 공동발의 서명이 필요하다. 의원실마다 사정이야 조금씩 상이하겠으나, 이 또한 만만치 않은 공정임에 분명하다). 실로 방대한 양이다.

하루에 열 건이 넘는 법안들이 기껏해야 얼마만큼의 고민을 거쳐져 만들어졌을까? 법률 하나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그 고민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으리란 것을 이루어 짐작해본다. 법안의 내용을 떠나, 그들이 식물이 아니라 흡사 공장과 같이 보이는 것은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 때문이리라.

공장국회에서 양산될 법은 결국

그렇다면 차라리 이 많은 법안들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산재된 적폐들을 해소해주길 바라는 건 소생만의 구운몽일까. 아쉽게도 현재 20대 국회는 경제적으로 상당히 (좌)편향 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곧 이 많은 법안들이 통과될 시에 국가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력 또한 편향적일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먼저 규제의 측면에서 보자면,「기업 임직원 임금 상한선」, 「대형마트 영업시간 및 개점장소 제한」과 같은 상대적으로 평이한 규제부터 「업무시간 외 카톡금지 법안」과 같은 특이한 규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법안들이 속출되고 있다. 규제뿐이랴. 복지는 복지대로다.

20대 국회 또한 복지를 화두에서 내려놓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필자 역시 복지의 필요성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행정을 한정된 자원으로 운영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다지 달갑지 않는 법안들도 몇몇(혹은 다수)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물론 모든 법안들이 쉽게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 법안은 공동발의, 법안소위, 법사위 등 생각보다 많은 절차를 거쳐 본회의 의결 테이블에 오른다. 하지만 그것들의 방대한 양으로 인해, 법안 통과에 있어 확률적 우위를 점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게 확률적으로 통과된 편향‧규제 법안들은 우리 사회 속에 독소처럼 자리 잡게 된다.

   
▲ /사진=연합뉴스


공장국회는 누구의 책임일까?

그렇다면 이러한 작금의 사태는 모두 국민을 기만한 국회의원만의 탓일까? 필자의 대답은 ‘아니다’에 조금 더 무게를 싣고 싶다. 지금까지 공장국회를 만들어 온 데 있어 국민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사실 포퓰리즘 국회를 만드는 것도, 공장국회를 만드는 것도, 그리고 선진화된 국회를 만드는 것도 결국엔 국민이다. 국민들이 입법 절차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생각한다면, 입법부가 공장화(化)될 요인은 그 어디에도 없다.

여기서 우리가 정확히 인지해야 할 점은 ‘건수’, 즉 수치는 허상이란 것이다. 수치가 절대로 국회의원 개개인의 성과를 대변할 수는 없다. 단순히 몇 개의 법안을 발의했고, 얼마나 높은 회의 참석률을 보이느냐는 그들의 성과와 전혀 별개의 이야기다. 문제는 질(Quality)에 있다. ‘발의 실적’의 진정한 의미는 수치가 아닌 가치에서 나온다. 가치 있는 법안이라 함은 비단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법뿐만이 아니라, 민의를 충분히 합리적으로 법 속에 녹여내는 것까지 해당되리라.

20대 국회, 아직은 걸음마 단계

결국엔 우리가 법제의 실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만 입법부도 그 뜻에 맞게 움직일 것이다. 어차피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것이고, 또 국민에겐 그들에게서 그 권력을 빼앗아 올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은가.

아직 20대 국회는 걸음마를 땐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그들의 4년, 아니 우리의 4년의 끝이 또 이전 국회와 같은 아쉬움으로 끝나지 않길 기대해본다.

주장은 짧고 문장은 길었지만, 결론은 ‘법은 적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입법의 생리 상 시간이 지날수록 법과 규제는 쌓여갈 수밖에 없다. 언젠가 나의 숨 쉴 권리마저 제한당할 지도 모르는 웃지 못 할 규제사회를 경계하며, 이러한 법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야 할 시점이다. /서보석 자유기고가

   
▲ /사진=미디어펜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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