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동력 잃은 한국경제…리콴유·홍콩·인도·필리핀을 돌아보라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자유 중 으뜸은 경제자유:

자유, 번영하는 사회의 근본 가치이며 경제자유가 그 핵심

자유는 개인이 누려야 할 기본권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권리라 할 수 있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자유가 확대되면서 인류는 급격한 번영을 누렸다. 개인의 자유를 핵심 가치로 삼는 사회는 경제성장을 누렸고 번성했다. 헌법을 통해 자유를 지키고자 했던 나라들은 장기간 문명을 주도했다.

불과 몇 백 년 전만 해도 자유는 만인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17~18세기에 유럽을 중심으로 자유는 비로소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자유를 가장 소중히 해야 할 가치로 삼고자 하는 자유주의는 19세기 이후에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구체화되었다.

자유주의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념 정의가 어렵지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보장하는 사상이라는 점이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며 법치를 통해 사유 재산을 보장하고 개인의 자발적 교환이 이루어지는 경제 활동을 지향한다.

한 나라가 번영하느냐 침체하느냐는 자유주의에 충실한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의 여부로 판가름 났다. 자유주의 사상에 충실한 정치체제가 바로 자유민주주의이며, 자유주의 사상을 가장 잘 실현하는 경제체제가 바로 시장경제이다. 이러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자본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정치자유의 구현이고, 시장경제는 경제자유의 구현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인 자본주의는 정치자유와 경제자유, 즉 자유를 추구하는 통합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한 정치자유는 정치적 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자유로서 언론·출판·집회 자유 등을 포함한다. 경제자유는 개인이 강요가 아닌 자신의 이익에 따라 스스로의 의지로 자유롭게 경제적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자유를 말한다.

정치자유에 비해 경제자유는 자유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다. 경제자유가 안정되고 활발해지면 될수록 정치자유도 그만큼 안정되고 활성화될 수 있다. 그만큼 경제자유는 중요하다.

   
▲ 우리 사회에서 일부 정치적 비판세력이 경제자유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반자본주의 비판에 치우치고 있어 문제다. 이러한 반시장정서는 반기업적인 정책들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활력을 줄이고 있다. 반시장적인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이 '경제민주화법'이다./사진=연합뉴스


홍콩과 인도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 통치 하에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늘날 홍콩은 부와 번영을 상징하는 부자 지역으로 손꼽히나, 인도는 가난한 국가의 대명사가 되었다. 무엇이 두 지역의 운명을 가른 것일까? 홍콩은 식민지 지배 아래 있었을 때부터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아도 경제활동에 제한이 거의 없었다. 

독립을 이룬 뒤에도 경제자유가 보장되었고, 경제자유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반면 인도는 정치자유가 보장되었지만, 경제적으로 정부의 규제가 심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결국, 경제자유가 활발했던 홍콩이 정치자유만 활발했던 인도보다 훨씬 부유한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경제자유는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위한 근본조건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자유는 정치자유보다 실제적인 의미를 갖는다. 경제자유와 정치자유가 처음부터 똑같이 발달하긴 어렵지만, 경제자유를 먼저 이룬 나라는 시장경제가 번성하여 풍요를 이루고, 국민 개개인이 넉넉한 삶을 살게 된다. 아시아에서는 홍콩 외에도 싱가포르가 세계적 기준으로 봐도 경제자유 수준이 높다. 

싱가포르는 정치자유가 높지 않았지만, 리콴유의 리더십으로 경제자유가 크게 높다 보니 홍콩처럼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고 동시에 사회적 안정은 물론 국민의 삶의 질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경제자유가 낮은 나라는 필리핀처럼 민주주의마저 불안해지기 쉽다. 필리핀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잘 사는 나라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경제자유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경제 성장이 더뎠고, 지금은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마저 불안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자유가 앞서면 정치자유도 뒤따른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경제적 자유는 정치적 자유를 성취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 된다.”고 말한다. 이는 앞서 살펴본 홍콩과 싱가포르 사례처럼 경제자유가 선행하고 정치자유가 뒤를 따라야 두 자유가 함께 발달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자유의 외침이란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하다. 최근 이집트, 중동아시아 국가 등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반복해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성과는 제한적이다. 경제적 자유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자유, 즉 민주화에 대한 목소리만 높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허약한 기반위에서 쉽게 흔들리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제자유가 높아지면서 다시 말해 시장경제가 발달하면서 중산층이 폭 넓게 형성됐고, 이러한 경제적 번영의 결과로서 정치자유까지 흔들리지 않고 번성할 수 있게 되었다. 상호 이익을 늘리는 경제적 교류와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자유까지 확고히 다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이룬 아시아의 대표적 성공 국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 싱가포르는 정치자유가 높지 않았지만, 리콴유의 리더십으로 경제자유가 크게 높다 보니 홍콩처럼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고 동시에 사회적 안정은 물론 국민의 삶의 질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경제자유가 낮은 나라는 필리핀처럼 민주주의마저 불안해지기 쉽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부 정치적 비판세력이 경제자유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반자본주의 비판에 치우치고 있어 문제다. 이러한 반시장정서는 반기업적인 정책들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활력을 줄이고 있다. 

반시장적인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이 ‘경제민주화법’이다. 경제민주화법은 경제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이다. 우리 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새롭게 성장을 이끌 투자와 새로운 기술, 고급 인력이 필요할 때다. 자본과 기술, 인력은 경제자유가 높은 곳으로 흘러가는 성향을 갖는다. 경제자유가 있는 곳으로 모여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경제자유의 증진인 것이다.

경제자유가 낮은 나라들은 경제 성장에 실패함은 물론, 정치적 자유도 유지하지 못하고 쉽게 흔들린다. 반면 경제자유가 높은 나라들은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린다. 이제 경제자유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할 때다. 정부는 국민의 경제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다시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올바른 선택이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 '세상일침'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최승노]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