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그룹에 '국내생산·투자 확대' 공동요구…노조 내부서도 찬반 엇갈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재개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마무리지었다.

노사는 이날 쟁점에 대해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자 여름휴가 전 타결을 포기하고 휴가 후에 본교섭을 열기로 헀다. 여름휴가 중에도 노사간 실무교섭은 계속한다.

   
▲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재개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마무리 지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21일 오후 2시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교섭대표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4차 임협을 재개했다.

노조가 지난 5일 "회사의 제시안이 없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한 지 16일 만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노조 요구에도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 임금피크제를 비롯해 안건별로 견해차가 크기 때문에 논의할 시간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공동교섭은 올해 현대차 노사의 임금협상과는 별개의 안건이지만 무시하지 못할 쟁점이다.

그룹 소속 10여 개 노조가 이날 서울 양재동 그룹 본사에서 상경투쟁 집회를 연다. 현대차 노조가 투쟁의 중심에 섰다. 

그룹 노조들은 앞서 "공동교섭이 안 되면 노조가 함께 투쟁에 나서겠다"고 결의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들 노조는 그룹에 요구하는 공동교섭이 열리지 않자 중앙노동위원회는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중노위는 그러나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교섭이기 때문에 조정대상이 아니다'는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현대기아차그룹 노조는 앞서 지난 4월 19일 그룹 사용자 측에 공동교섭 요구안을 전달하고 상견례를 요구했다. 이후 7차례 공동교섭을 요청했으나 그룹 사용자 측은 협상장에 나오지 않았다.

상급 노동단체인 금속노조가 이끄는 공동교섭에는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주축이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케피코, 현대 비앤지스틸, 현대로템, 현대아이에이치엘, 현대다이모스, 현대종합특수강 등 10여 개 계열사 노조가 참여한다.

노조가 내놓은 공동교섭 안건은 단위사업장 노사협상에서 다룰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모든 사업장과 연관된 공통 안건이 많다.

먼저 국내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조합원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가 참여하는 '자동차·철강·철도 산업발전 미래전략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안이 있다.

또 재벌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대기아차그룹이 최고 경영자의 총 주식 배당금 최소 20% 이상을 청년고용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사회연대기금으로 출연하라'는 요구도 했다.

   
▲ 22일에는 파업강도를 높이고 현대기아차그룹 사업장 노조의 공동교섭 투쟁 선봉에 선다. 1조가 오전 9시 파업에 들어가고, 조합원들은 그룹 본사 앞 집회를 위해 버스 60여 대를 이용해 상경투쟁에 나선다. 2조1만5000여 명은 아예 출근하지 않고 전면파업한다./현대중공업

통상임금의 정상화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정기상여금과 정기·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연간 1800시간(주 52시간 이하)으로 실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안도 있다.

이밖에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했다.

회사별로 근로조건과 지불능력 등 경영환경이 달라 불가능하고 법적으로 참여할 의무도 없는 상황이지만 이를 명목으로 노조는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도 그룹 공동교섭과 공동투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현장노동조직 가운데 전 노조간부가 대표를 맡은 '소통과 연대'는 유인물을 내고 "금속노조가 재벌의 사회적 책임성 강화 등 대의적 명분으로 공동교섭을 기획했다고 하지만, 속내는 한계에 봉착한 산별교섭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다른 현장노동조직 '길을 아는 사람들'도 "조합원과 우리 현장의 현안에 집중하자"며 "현장에서 공동교섭이나 연대투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고, 과거 실패 사례에서 보듯 공동투쟁은 결국 현대차 조합원의 피해만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노조는 27일 교섭 재개와 관계없이 2조 근무자가 4시간 파업했다. 1만3000여 명의 근무자는 오후 8시20분부터 파업하고 곧바로 퇴근했다.

앞서 19일과 20일 연속 4시간씩 파업해 각각 1700여 대(생산차질 390억원)의 차량을 만들지 못했다. 이날은 1800여 대(400억원 상당)의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했다.

22일에는 파업강도를 높이고 현대기아차그룹 사업장 노조의 공동교섭 투쟁 선봉에 선다. 1조가 오전 9시 파업에 들어가고, 조합원들은 그룹 본사 앞 집회를 위해 버스 60여 대를 이용해 상경투쟁에 나선다. 2조1만5000여 명은 아예 출근하지 않고 전면파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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