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주식·채권 동반 거래 부진...전문가 "안전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기 전 시장은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뜻밖에 신흥국 금융위기가 터졌고 글로벌 자금은 일시에 채권으로 몰리는 리버스 로테이션(Reverse Rotation) 현상이 나타났다.

문제는 한국 시장에서 위험자산인 주식도 안전자산인 채권도 모두 거래가 뚝 끊긴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성장이 멈춰 투자 매력 자체가 없어진 국가에서 발생하기 쉬운 현상으로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크게 걱정할 것 없다고 조언한다. 이제는 한국 경제가 튼튼한 펀더멘탈을 갖춰 신흥국과 선진국 중간에 안전 시장으로 평가받으며 큰 흔들림 없이 증시도 순조롭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4조4,000억원과 비교해 12.5%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2012년 10월 5조원 이하로 떨어진 이후 다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식 뿐 만이 아니라 채권 거래도 부진하다. 지난달 채권 거래대금은 470조원으로 전월보다 11% 하락했다. 채권 거래대금이 500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12년 1월 이후 2년만이다.

그렇다면 주식도 채권도 모두 거래가 안 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면 좋을까. 이러한 현상은 외국인들이 보기에 한국경제와 증시가 선진국과 신흥국 중간의 안전한 시장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생기는 '긍정적인 부작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외국인들은 한국경제가 수출구조도 분산이 잘 돼 있고 계속된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보유고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또 외환위기를 겪으며 기업 재무구조도 비교적 안전해졌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증시도 외부변수에 의해 급등하지는 않지만 급락하지도 않는 안전시장이 됐다고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보증권 김형렬 연구원 "한국은 신흥국과 선진국 중간에 위치하다보니 색깔이 나타나지 않아 이런 현상이 잠시 발생했지만 시간이 경과되면 해소된다"며 "대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도 잘 버텨왔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한국 시장이 글로벌 자금의 관심에서 일순간 멀어진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 1차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불거진 5월 이후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증시는 동반 폭락했으나 시장의 불안감이 사라진 11월 경에는 한국증시보다 훨씬 큰 폭으로 급등했다. 한국은 신흥 시장처럼 폭락하지 않았지만 물론 반등폭도 적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한국 경제는 이제 증시로 따지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와 같은 급성장 국가는 아니지만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서서히 시장이 성숙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이런 상황이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안정성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 투자매력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지적을 하는 전문가도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기업 이익 성장이 멈춰 주식 수익률이 1%에도 못미치고 채권 매력도 없어 거래대금 자체가 점점 말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기업 이익 성장이 멈춰섰기 때문"이라며 "선진국처럼 유동성을 공급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한국은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디어펜=장원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