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한국프로야구계가 잔인한 7월을 맞고 있다. 해외원정도박, 승부조작, 음란행위, 도박사이트 개설 연루설….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라 ‘쩐의 전쟁’을 연상케 한다. 스포츠맨십으로 겨뤄야 할 공정하고 정정당당해야 할 그라운드가 검은 돈에 농락당했다.

스포츠에서 승부 조작은 최악의 범죄다. 21일 창원지검 특수부는 승부조작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을 불구속 기소했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 문우람은 군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 2012년 당시 LG 트윈스 소속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이 드러난 이후 4년만이다.

20일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안지만 선수가 2014년 마카오에서 수억원대 원정 도박을 한 혐의와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개설 혐의로 도마 위에 올랐다. 같은 날 NC 이태양과 지난해 12월 국군체육부대에 입단한 문우람의 승부 조작 사건이 터졌다. 앞서 kt의 김상현은 음란 행위로 임의탈퇴 당했다. 한국야구계에 악몽 같은 7월이다.

   
▲ 이태양의 소속 구단 NC다이노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야구팬 여러분 그리고 타구단과 리그에 깊이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NC다이노스 홈페이지 캡쳐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자타 공인 최강 전력으로 통합 5연패에 도전했던 삼성라이온스는 '해외원정 도박'이라는 덫에 걸려 맥없이 주저앉았다. 두산과 7전4선승제에서 1승 4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원인은 도박이었다. 두산은 14년만에 기적의 우승을 안았다.

삼성은 투수 안지만, 윤성환, 임창용(현 KIA), 오승환(현 미국프로야구 세인트 카디널스) 이 도박 파문으로 출장 금지를 당했다. 정규시즌 전체 이닝의 26%를 소화한 이들이 빠진 삼성은 그야말로 맥빠진 경기로 실망감을 안겼다. 그리고 2016 시즌 삼성은 10개 구단 중 현재 9위로 꼴찌권이다. 도박파문의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태양, 문우람이 가담 혐의를 받고 있는 승부조작 수법은 더욱 대범하고 지능적으로 진화했다. 현재 검찰이 밝힌 결과에 따르면 2014년 브로커가 먼저 문우람에 접근했고 문우람이 넥센 입단 동기인 이태양을 브로커에 소개했다. 6개월간 브로커의 접대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문우람이 먼저 승부조작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문우람은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밝힌 조사에 따르면 브로커 A씨와 문우람·이태양은 지난해 5월 29일 광주 KIA전을 승부 조작 대상으로 정했다. '1회 실점'을 요청받은 이태양은 2점을 내주며 조작에 성공했다. 브로커 A씨는 문우람을 통해 이태양에게 2000만원을, 문우람에겐 명품 시계와 의류 등 1000만원 상당의 선물을 했다.

두 번째 승부조작은 이태양은 7월 31일 창원 넥센전. 이태양은 '4이닝 오버(4이닝 동안 양 팀 득점 합계 6점 이상)'를 요청받았지만 실패했다. 세 번째는 8월 6일 창원 롯데전. '1회 볼넷' 요청에 이태양은 몸이 덜 풀린 듯 행동하며 조작에 성공했다. 네 번째는 9월 15일 창원 kt전. 세 번째 승부조작과 마찬가지로 '1회 볼넷'을 청탁 받았지만 kt 타자들의 적극 타격으로 실패했다.

성공률 50%. 이태양이 두 번째 실패(9월 15일)를 하자 브로커 A씨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 C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이들은 승부조작 실패로 많은 돈을 잃었다며 이태양을 때리기까지 했다. 승부조작의 실패로 협박과 폭행을 당한 것이다.

검찰은 이태양, 문우람과 함께 승부조작을 청탁한 브로커 조씨(36)는 구속 기소,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 최씨(36)는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승부 조작이 충격적인 것은 선수측이 먼저 제안했다는 점과, 2012년에는 '1회 볼넷' 등 조작이 단순했고 대가도 500만~700만원 정도에 그쳤다. 이에 비해 이번 사건은 훨씬 지능적이고 돈뭉치도 커졌다는 것이다. 경우의 수가 많아지는 등 승부조작이 복잡해지면 성공배당도 덩달아 높아진다. 검찰은 이번 사태로 승부조작이 더욱 다양하고 지능적으로 진화했다고 보고 있다.

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 안지만은 2014년 12월 마카오 카지노의 정킷방(VIP룸)에서 수억원대의 도박을 한 혐의다. 경찰은 안지만의 동거인 김모(33)씨의 PC·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도박 사이트 접속 기록을 확인한 결과 도박 자금이 안지만에서 김씨로, 다시 도박업자로 흘러간 사실을 파악했다. 안지만은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개설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안지만은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이태양·문우람에 대한 참가활동정지(훈련·경기 참가 금지, 연봉 지급 중지)의 제재를 내렸다. 삼성 구단도 경찰 발표 후 "안지만과의 계약(2015년부터 4년 총액 65억원)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로야구팬과 전문가들은 재발한 승부조작과 도박에 대해 KBO와 구단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4년 전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일벌백계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건이 재발한 것은 당시 내놓은 대책이 실효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단호한 대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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