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단거리 간판' 모태범(25·대한한공)이 최강자 샤니 데이비스(32·미국)를 넘고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의 아쉬움을 씻어낼 채비를 하고 있다. 
 
모태범은 12일(한국시간) 오후 11시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4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 출전, 밴쿠버대회에 이어 올림픽 2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앞선 밴쿠버대회에 출전할 당시 모태범을 주목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모태범은 맏형 이규혁(36·서울시청)과 이강석(29·의정부시청)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하지만 모태범은 이 대회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69초82를 기록, 금메달을 따내면서 단숨에 '남자 단거리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상승세는 남자 1,000m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밴쿠버대회에서 1분09초12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데이비스(1분09초94)에 0.18초 뒤진 2위로 아쉽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이 흘렀다. 모태범은 소치에서 1,000m 최강자를 가려내기 위해 데이비스와 다시 한 번 맞닥뜨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데이비스가 한 수 위다. 데이비스는 2006토리노동계올림픽과 밴쿠버대회 1,0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건 이 종목 최강자다. 
 
데이비스는 2013~2014시즌 월드컵 대회에 4차례 출전해 무려 3번이나 1,000m에서 우승을 차지, 올림픽 3연패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린 상태다. 
 
하지만 모태범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모태범은 올 시즌 월드컵 1,000m에서 데이비스를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한 유일한 선수다. 월드컵 4차 대회에서 1분09초50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모태범은 데이비스(1분09초59)를 0.09초차이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미국 NBC방송은 "한국의 모태범과 카자흐스탄의 데니스 쿠진이 데이비스의 가장 큰 경쟁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모태범 역시 1,000m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주종목인 500m를 넘어선다. 
 
그는 "밴쿠버올림픽 이후에 1000m 종목을 쟁취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그래서 이번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훈련도 1,000m 위주로 해 왔다"고 데이비스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전문가는 데이비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모태범이 초반 600m에서 1.2~1.3초 정도를 줄여야 승부를 걸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첫 200m에서 모태범이 데이비스보다 0.6~0.7초, 그리고 이후 400m에서 0.6~0.7초를 빨리 타야 한다"며 "이렇게 첫 600m에서 1.2~1.3초를 줄이면 데이비스에게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남자 1,000m에는 이규혁과 이강석·김태윤(20·한국체대)도 함께 출전한다. 
 
'올림픽 노메달의 영웅' 이규혁은 6번째 올림픽인 소치에서 첫 메달을 노린다. 한국선수 중 동·하계를 통틀어 6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이규혁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