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 기자]430억 달러(약 49조원)로 추정되는 해외도피 자금에 대한 조세사면을 단행한 인도네시아가 싱가포르 금융기관들이 은닉 자산의 국내 환원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양국 간에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국영 안타라통신과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포문을 연 인물은 아데 코마루딘 인도네시아 국회의장이었다.

그는 지난 19일 싱가포르 일부 금융기관이 인도네시아 고객의 은닉 자산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혜택 등 '특별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조세사면 정책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밤방 브로조느고로 재무장관과 유수프 칼라 부통령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도 잇따라 이와 관련한 우려를 표명했다.

인도네시아 세무분석센터(CITA) 유스티누스 프라스토워 소장은 22일 "인도네시아 사업가 다수가 싱가포르 은행의 '사설 대리인'에게 비슷한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싱가포르 금융기관이 운용하는 인도네시아계 자금은 약 200억 달러(약 22조7천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7년 투자은행 메릴린치와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캡제미니가 진행한 조사에서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2천600만 달러 이상 자산가 5만5천 명 중 1만8천 명이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중 상당수는 역외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인도네시아 측이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싱가포르 재무부와 통화청(MAS)은 23일 공동성명을 내 "싱가포르가 인도네시아의 조세사면 정책을 방해하기 위한 정책을 쓰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대사관 역시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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