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병세 외교장관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이후 반발하고 있는 중국 측의 왕이(王毅) 외교장관과 ASEAN 회의를 계기로 처음 마주했다.  

24일 저녁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돈 찬 팰리스 호텔에서 1시간가량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부장은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상호신뢰의 기초를 훼손시켰다”며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윤 장관은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자위적 조치를 강조했으나 왕 부장은 중국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사드 배치를 놓고 양국이 장시간 갈등을 겪을 전망이다.

왕 부장은 윤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은 이웃나라이다. 우리는 협력적인 관계를 진행했다”면서 사드 배치에 대해 “쌍방간 신뢰를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왕 부장은 “우리 쌍방의 인적 교류는 이미 1000만명 시대이다. 이러한 협력은 두 나라 인민들에게 지금 의미를 가져다주고 있으며 나중에도 계속 의미를 줄 것”이라면서 “하지만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의 호상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이 사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사드 배치 방침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그는 또 “오늘 윤 장관이 만나고자 했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다. 특히 한국 측이 우리 사이에 식지 않은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 들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드 배치를 강행할 것인지를 묻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 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장관이 24일 저녁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내년 수교 25주년을 앞두고 한중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으며, 북핵 및 사드(THAAD) 문제에 대한 진지하고 포괄적인 의견을 교환했다./사진=외교부 홈페이지

이에 윤 장관은 양국간 신뢰를 강조했다. 윤 장관은 “지난 3년여간 양국 간 신뢰관계와 협조 관계에 힘입어 한중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비록 우리가 어려움이 있지만 긴밀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양국 정부와 민간의 신뢰에 입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여러 고사성어를 사용해 중국 측을 설득하려고 애쓴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추신지불(抽薪止沸) 전초제근(剪草除根)’으로 ‘아궁이 장작불을 빼면 물을 식힐 수 있고, 풀을 없애려면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뜻이다. 즉 사드 배치 논란의 근본 해결책은 북핵 제거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 ‘봉산개도 우수탑교(逢山開道 遇水搭橋)’라는 말을 썼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뜻으로, 윤 장관은 "양국이 여러 도전에 직면할 수 있지만 특정 사안으로 관계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드 문제로 각을 세우기는 했지만, 양 측은 북핵 문제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왕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대북제재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를 엄격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윤 장관은 북한의 계속되는 탄도미사일 발사 등 추가도발을 거론하며 대북 압박에 있어 중국 측의 협력을 요청했다. 윤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양국 간에 상호 관심사에 대해 아주 진지하고 포괄적으로 이야기했다.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소통할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왕 부장은 회담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ARF에 참가하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오늘이나 내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It's possible)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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