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5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2년만에 마주했다. 리 외무상과 왕 부장은 이날 낮 12시쯤부터 약 1시간가량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NCC)에 마련된 회의장에서 양자회담을 가졌다. 

회담에 앞서 미리 기다렸던 왕 부장이 회의장 밖까지 나와 리 외무상을 맞아 악수하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리 외무상의 등에 손을 올리기도 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 개선 제스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왕 부장은 또 이례적으로 회담 앞부분을 언론에 공개하고, 지난 5월 제7차 당대회 이후 취임한 리 외무상의 취임을 축하했다. 모두발언으로 “중조 관계 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용의가 있다. 중조 관계를 비롯한 공동 관심사로 되는 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회담 이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단 대변인’으로 자신을 소개한 북 측 관계자는 복도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이번 접촉은 두 나라 사이의 정상적인 의사소통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그래서 두 나라 외무상들이 조중 쌍무관계 발전 문제를 토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놓고 한국과 관계가 경색된 중국이 전략적으로 북한을 포용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북중 양측은 관계 회복 차원에서 고위급 교류 가능성을 타진할 소지도 있다.

한편, 이번 북중 외교장관회담은 신임 리용호 외무상의 첫 공개 일정이자 2년만에 성사된 북중 외교수장의 만남이기도 하다.  

북한의 리수용 전임 외무상과 왕이 부장은 지난 2014년 미얀마에서 열린 ARF에서 만났다. 하지만 이후 북중관계가 냉각되면서 지난해 말레이시아 회의 때 외교장관회담은 불발됐다.

리용호 외무상은 앞서 이날 10시35분쯤 NCC에 나타나 1시간 이상 귀빈실에 머무르다가 회담장으로 향했다.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할 것이냐’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리 외무상은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리 외무상은 이날 인도,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외교장관과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