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육 성공비결이 숙제 줄인 것?…대한민국 폄하세력의 선동
참교육을 떠받치는 힘은 ‘거짓말’

지난 16일 '참교육을 떠받치는 힘'이란 소개로 시작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숙제를 줄인 것이 핀란드 교육의 성공 비결이라고 주장하는 이 동영상은 일주일이 지난 현재 60만 명이 동영상을 봤고 1만 건 넘게 공유됐다. 경향신문에서 '화제'라며 보도에 나서기도 했다.
 
동영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과거 핀란드도 미국만큼이나 교육 수준이 최하위권이었는데 숙제를 10분 정도로 줄임으로써 지금의 교육 강국이 됐다는 것이다. 모든 학교가 동등하고 사립학교가 거의 없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소개된다.
 
그런데 이런 반향만큼이나 동영상의 내용이 진실할까? 현지인들의 발언을 담았으니 단편적으로는 사실도 상당 부분 담겨 있지만, 진실은 왜곡편집의 교본이라 할 만큼 날조돼 있다. 경향신문의 기사 내용까지 가면 독자를 이성적 사고도 못 하고 언론이 휘두르는 대로 휘둘리는 '개, 돼지' 취급하는 지경이다.
 
이 동영상은 공유되는 과정에서 그 출처가 자연스레 누락되기도 했지만, 그동안 미국 내 진보 의제 확산을 위해 영화를 찍어온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신작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Where to Invade Next)'의 핀란드 편에 한글자막을 씌운 것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초기에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것처럼 행세했으나 특권층만 쓸 수 있는 최상위 병실을 마치 쿠바의 일반 국민이 이용하는 병실인 것처럼 촬영해 쿠바를 의료천국으로 묘사하는 등 조작이 계속해서 드러나자 영화 속 마이클 무어는 영화 속 캐릭터일 뿐이라고 변명한 바 있다. 감독의 전력이 질이 나쁘다고 해서 꼭 이번 영화까지 내용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으니 그 얘기는 차치하고 동영상 얘기를 해 보자.
 
동영상은 1960년대에 핀란드와 미국이 하위권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엉망인 교육을 하고 있었다며 그래프를 보여주고는 몇 가지 새로운 시도로 2000년대에 세계 1위가 됐다고 이야기의 문을 연다.

   
▲ 마이클 무어의 '참교육을 떠 받치는 힘'. /유투브 캡쳐

성취도 향상 자료는 사실상 조작

그러나 교육을 아는 사람이라면 동영상의 시작에서부터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일단 현재 핀란드는 한때 1위를 했으나 현재 연구에 따라 차이는 있어도 그 순위가 꽤 하락했다. 그런데도 아직도 1위 타령을 하는 것은 무식한 얘기다. 그 정도는 그냥 애교 섞인 선동을 위한 수사로 봐줄 수도 있다. 그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래프에 있다.
 
핀란드 교육을 세계 최고로 자리매김토록 한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연구(PISA)는 그래프가 끝나는 2000년에 시작됐다. 그 이전에는 같은 도구로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전의 학업성취도와 피사의 연구 결과를 시간에 따른 변화로 비교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평가도구뿐 아니라 목적과 방법론이 다른 연구 결과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유사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연구가 시행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역사가 오래됐고 지금도 진행되는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TIMSS도 시작은 1995년이다.
 
1960년대에 시행된 국제학업성취도 연구는 64년에 빛을 본 '1차 국제 수학 연구(FIMS)'다. 당시 핀란드와 미국이 참여했고 두 국가 모두 12개국 중 하위를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동영상 속 주장의 근거로 볼 수 있다. 당시의 연구 목적과 평가 방법은 상당히 달라 시간에 따른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 부분을 눈감아주더라도 FIMS 연구 보고서를 보면 똑같이 하위권이었다고 해서 핀란드 교육과 미국 교육이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순위로는 워낙 적은 국가가 참여해 비슷하나 점수로는 집단별로 핀란드가 2~3배 높기 때문이다.
 
일단 핀란드가 미국과 함께 최하위권 교육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의 전제가 틀렸으니 더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주장이 됐다. 그래도 뒤에 이어진 사실들도 오도되지 않도록 바로 잡아보자.

핀란드 교육부 입장 왜곡 편집

과연 핀란드 교육부 장관이 숙제가 거의 없는 것이 세계 최상위권 성취도의 비결이라고 했을까? 믿기지도 않고, 이전에도 핀란드 교육부에서 해명한 바가 있어 핀란드 교육부 입장을 확인해봤다.
 
핀란드 교육부는 튼튼한 기초교육, 높은 교사수준, 높은 학교 자율성을 핀란드 성취도의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었다. PISA를 시행한 OECD를 비롯해 핀란드 교육을 세계 최고로 평가하는 각종 국제연구 기관들도 교사 수준을 성취도의 제일 중요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래도 숙제가 없는 것이 부수적 요인은 아닐지 좀 더 살펴봤으나, 핀란드 교육부가 꼽은 다른 요인 중에도 숙제는 없었다. 교육을 중시하는 사회, 교육과정 재구성 자율성, 개별화 교육, 다층적 전문가들 간의 협력, 도서관 시스템이 핀란드 교육부가 꼽은 다른 성공 배경이다.
 
모든 학교가 동등하고 사립학교가 거의 없는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은 어떨까? 일단 경향신문이 쓴 '사립학교 자체가 아예 없다'는 주장은 완전한 허위다. 핀란드에는 사립학교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 독특한 운영체제 때문에 꽤 유명하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는 사립학교가 '거의' 없다고 나온다. 무어 감독은 왜곡의 달인일지언정 적어도 관객을 객관적 데이터조차 못 볼 개, 돼지로까지 여기지는 않는 모양이다.
 
물론 사립학교 재학생의 비율은 2%에 못 미치기에 사립학교가 거의 없고 공교육이 교육의 핵심을 이룬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사립학교조차 학비 징수가 금지돼 있어 학교의 인프라 수준에서 큰 차이가 없어 모든 학교가 동등하다는 주장도 일부 사실이다.
 
그러나 핀란드 교육부는 사립학교가 적은 것을 성공 요인으로 꼽지도 않고, 심지어는 모든 학교가 같아야 한다는 미국식 진보주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립학교도 미국 사립학교보다 더 큰 자율성을 갖고 있다. 동일하다는 것은 수준과 정신의 얘기지 학교 운영의 방식이나 교육 내용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 마이클 무어의 '참교육을 떠 받치는 힘'. /유투브 캡쳐

대한민국 폄하 세력이 핀란드 환상 부추겨

이렇듯 내용이 날조투성이인데, 개봉을 앞둔 논란이 많은 감독의 영화를 대단한 발견인양 애써 번역하고 공유한 이유가 뭘까. 영화를 소개한 평을 보면 짐작이 되리라. '참교육'은 전교조와 그 일파들의 용어다. 진짜 참된 교육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좌파교육을 지칭한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를 올린 게시자도 이들을 지지하는 인사다. 영화를 올린 이는 작년 세월호 사건 이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진행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 기도회'에 함께했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1주기 추모 미사에서 아예 강론을 맡았다. 4·16연대 참여인사이기도 한 그는 지난달에는 '세월호 특조위 강제해산에 대응하는 각계 긴급회의' 참석자로 이름을 올렸다.
 
단순히 세월호 사안에 대해서만 생명에 대한 종교인의 열정이 커 휩쓸린 것은 아니다. 그는 올 2월에는 '신 유신독재 타파를 위한 천주교 시국기도회'에서도 강론을 했다. 동영상을 공유한 그의 페이스북은 동성애 지지, 사드 배치 반대, SOFA 개정 등의 주장으로 가득하다. 박주민 의원의 갑질까지 옹호하고 있다. 그렇다, 그는 바로 전교조와 손잡고 있는 반대한민국 세력의 일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그의 말을 곱씹어보니 이해가 된다. 그가 올린 동영상은 그의 말대로 참교육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을 왜곡하고, 감성적 호소로 가득한 그 동영상은 바로 거짓과 감성의 이중주가 참교육의 힘임을 웅변하고 있다. /박남규 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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