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대안 뒤로 하고 국회 '대기업 해체' 주장까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국경제 2분기 경제성장률이 0.7%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성장엔진'이 아예 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0% 덫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규제의 벽에 갇힌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회에선 오히려 대기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어 한국경제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총재 이주열)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이 전기 대비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불과 0.5% 성장에 만족해야 했던 지난 1분기보다는 0.2%p 나아진 성적이지만 3분기 연속 '0%대 성장' 꼬리표를 떼지는 못했다. 이는 '저성장 장기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한국경제 2분기 경제성장률이 0.7%를 기록하면서 성장엔진이 꺼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 규제를 풀어 기업의 숨통을 열게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국회에서 대기업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나마 1분기 대비 성장률이 소폭 상승한 점에 대해 한국은행 국민계정부 김영태 부장은 "건설투자가 증가세를 유지한 가운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수출 등이 증가세로 돌아선 영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건설투자 증가세조차 1분기 6.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9% 증가에 그쳤다.

민간소비의 경우 5월 임시공휴일의 덕을 봤다. 공연 관람객이나 놀이공원 입장객 등이 늘어 민간소비 증가에 기여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조치도 효력을 발휘해 국산자동차 내수 판매가 2분기 16.8%나 늘어났다.

한편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4%를 기록해 2011년 1분기(-0.3%) 이후 무려 5년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김 부장은 "1분기 GDI가 3.0%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던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면서 "작년 동기 대비로 보면 4.4% 늘었기 때문에 앞으로 국민소득 감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정리했다. '저성장 장기화'에 대해서는 다소 거리를 두겠다는 자세다. 김 부장은 한국은행이 수정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2.7%에 대해서도 "전망한 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 엔진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이미 지난 5월 발표한 '2016년 1분기 수출실적 평가‧2016년 2분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 2분기 우리나라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나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바 있다. 

지난 6월 한은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낮은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달 연속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은 99를 기록했다. 이는 향후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소비자들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현재경기판단 지수, 향후경기전망 지수도 전부 하락세다.

경제성장의 주역인 기업들의 경기전망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400여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3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기업경기전망지수는 85를 기록해 91까지 올랐던 지난 분기에 비해 다시 하락했다. 한 마디로 소비자와 기업이 모두 향후 경제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료를 발표한 대한상의 측은 경기침체 난국을 타개할 대안으로 '규제철폐'를 첫손에 꼽았다. 전국적으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지만 일부 규제철폐를 추진하고 있는 지역의 경우 경기전망이 좋아졌다는 게 근거였다. 발표된 자료를 보면 경기전망지수가 100보다 높게 나온 지역은 강원도(117), 제주(110), 전남(107) 등이다.

이 중에서 강원도의 규제철폐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최근 '관광'에 테마를 맞춰 원주~강릉 철도 등 관광인프라를 개발 중인 강원도는 관광 붐 조성을 위해 중국관광객의 '무비자 관광가능지역'을 확대시키는 등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고 있다.

대한상의 측 관계자는 "최근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눈에 띄게 커졌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의 정상적인 투자, 고용활동 노력과 함께 정부와 국회의 효과적이고 적시성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한국은행


정작 국회의 분위기는 '규제 강화' 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달 초 한국정치학회가 20대 국회의원 2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책‧이념평가 결과 절반이 넘는 54.9%가 "대기업 해체를 포함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친 시장정당으로 평가 받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일부 포함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계열회사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에도 국회에서 뜨거운 논쟁이 야기됐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 혁신사업과 직결돼 있는 이번 규제완화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반기를 든 것.

이에 대해 20대 국회의원 최고의 경제통으로 손꼽히는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한국경제의 현실을 뒤로 하고 너무 한가한 얘길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현재 우리의 우선순위는 경제민주화나 대기업 규제가 아니다"라고 단언하면서 "성장잠재력과 일자리 창출능력 제고, 기술혁신의 기풍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최우선과제"라고 말했다. 덧붙어 노동개혁, 기업 구조조정, 서비스산업 발전방안 수립 등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분기 성장률이 0%대를 기록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이미 약 10년 전부터 예측된 부분"이라면서 "(2분기 경제성장률이) 0.7%라고는 하지만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사실상 제로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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