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러시아와 미국을 귀화 대상국으로 두고 마지막까지 고심했다는 미국 언론보도가 나왔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0일(한국시간) '안현수가 미국 스케이트 대표팀을 거절하고 러시아를 택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안현수의 귀화와 관련된 비화를 소개했다.
 
   
▲ 안현수/뉴시스
 
안현수는 2000년대 중반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쇼트트랙을 평정했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 출전해 남자 1,000m·1,500m 그리고 5,000m 계주 우승을 차지했고 500m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트랙 역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에 걸쳐 시상대에 올랐다.
 
하지만 2010년 벤쿠버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부상·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불화·빙상계 파벌 싸움, 소속팀 해체 등에 시달리던 안현수는 결국 올림픽 출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는 깊은 고민 끝에 2011년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뉴욕타임스는 여기까지였던 안현수의 '귀화 스토리'에 새로운 사실을 덧붙였다.
 
이 언론은 "믿기지 않겠지만 3년 전 안현수는 미국과 러시아를 귀화 대상국으로 놓고 저울질했다"며 "당시 그는 대한빙상경기연맹과 사이가 벌어져 있었다. 그래서 운동선수로 더 뛰기 위해 귀화를 고려 중이었다. 그때 안현수와 그의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고민한 두 나라가 미국과 러시아였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적극적인 구애가 안현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뉴욕타임스는 "장권옥 전 러시아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감독의 말에 따르면 안현수는 미국 대표팀과 함께 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는 러시아를 택했다. 러시아는 안현수를 잡기 위해 국적 취득을 돕고 재정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언론은 이어 "2011년 한국의 쇼트트랙 스타는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이름도 빅토르 안으로 바꿨고 자신을 선택해준 러시아를 위해 모국인 한국과의 경쟁도 약속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안현수의 귀화를 크게 반겼다"며 "만약 그때 안현수가 러시아를 택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금쯤 그는 빅토르 안 대신 조 안 혹은 마이크 안, 빌 안 등의 이름을 갖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