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시경 기자] 개포 재건축 아파트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 제동이 형평성에 어긋난데다 행정편의적 조치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시장에 역행하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6일 관련업계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강남 개포주공 3단지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보증을 거부한 것이 분양권 피해방지를 위함에서 나아가 지위 남용 및 '면피용' 전시행정의 규제라고 성토하고 있다.

업계는 특히 HUG의 분양보증이 분양사고 시 수분양자의 손실을 보전하는 안전장치임을 환기하고 사고 위험이 없는 분양현장에, 그것도 2차례에 걸쳐 분양보증서를 발급치 않은 처사는 논리도 궁색한데다 시장 배반적인 처사라고 반박했다.

▲우월 지위 남용, 변명도 궁색

HUG는 분양보증 불허를 재확인하면서 신청 당시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3.3㎡당 분양가가 4310만원으로, 지난 6월 기준 강남구의 3.3㎡당 평균 분양가인 3804만원보다 13%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인근 아파트 분양가 대비 10%를 초과했기 때문에 고분양가로 판단, 분양보증서를 발급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HUG는 분양가가 높다는 이유로 분양보증서를 발급하지 않는 사례에 대해 설명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기준이 10%라는 것에 대해 업계는 '뜨악'해 한다.

D건설 관계자는 "HUG의 이번 보증서 발급 불허사유를 보면 그동안 분양보증 시에 단순 가격중심으로만 분양사고 위험을 판단해왔다는 것을 자백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아파트의 품질과 성능 등을 종합 심사해야 하는 전문 보증기관답지 못한 궁색한 변명이 안타까울 뿐이다"고 꼬집었다.

앞서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은 고분양가 논란이 예상되자 최고분양가를 3.3㎡당 5000만원 이하로 낮춘 뒤 분양보증을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공사 측이 분양가를 더 낮출 것을 요구해 3.3㎡당 평균 4445만원대로 낮췄다.

연달아 강남구청이 분양가 하락을 더 주문해 평균 4319만원까지 내렸으나 공사 측은 보증심사 강화 방침을 내세우며 승인을 미루다 결국 거부의사를 밝혔다.

▲ '디에이치' 분양가 심의 '전시성' 전형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에서는 HUG의 이같은 처사에 할 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구의 시세인 평당 3804원보다 13% 비싸다고 하는데, 개포주공3단지인 만큼 ‘개포동’의 평당 시세인 4465만원대와 비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인근 아파트 분양가 대비 10%’에 대해서도 관계자 및 조합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비교해 상품에 차별화를 두려고 힘쓴 흔적이 역력하다. 

전용 130㎡T 등 테라스하우스에는 17평의 넓은 테라스가 제공되고 저층부 가구는 2단지의 절반 비중밖에 안 된다. 이탈리아 명품가구 보피, 두꺼운 층간 슬라브, 가구당 2평 규모의 커뮤니티도 주요 요소다.

관계자는 “개포 재건축 단지에 관심있는 수요층의 ‘니즈’를 충족시키려 했을 뿐”이라며 “고급화 전략에 맞춰 2단지 대비 상품 자체가 우수하다고 자부하는데 이러한 요인은 접어두고 칼같이 10% 내로 맞추라는 요구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HUG, 정부 눈치 '이현령 비현령'

타 지역의 신규 분양 단지에 들이댄 잣대보다 더 엄격하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월 분양한 ‘신반포자이’는 당시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3.3㎡당 평균 4290만원을 고수, 38대 1의 높은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건설 및 조합 측은 “‘래미안 블레스티지’ 역시 개포 내 직전 분양 아파트가 없어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노후 단지들 시세와 비교하면 최소 30% 이상 고분양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치 SK뷰’의 분양가는 평당 4045만원인 반면 앞서 분양한 ‘래미안 대치팰리스’는 3321만원으로, 18%가 더 높았다”고 덧붙였다.

 ‘디에이치 아너힐즈’ 분양 승인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조합과의 논의 끝에 당분간 조합과 시공사가 시간을 갖고 휴가철이 지난 이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HUG가 개포주공 3단지 분양보증 불허로 강남재건축 고분양가가 잡힐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부가 애꿎은 HUG를 내세워 뭇매를 맞게 하지 말고 부동산시장 안정책을 제시, 해당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 개포 등 수도권 재건축 일반분양단지는 최근 2개월간 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1이 넘는 데다 집값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30% 이상 높게 나타나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으로 지정이 가능하다.
[미디어펜=이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