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첫 올림픽 쇼트트랙 메달을 안긴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이 출전에 커다란 의미를 실었다. 
 
빅토르 안은 1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3위(2분15초062)를 차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 10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트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경기에서 한국 박세영(242번)과 러시아 안현수(250번)가 역주하고 있다./뉴시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파벌싸움, 그리고 소속팀 해산과 부상 등 온갖 악재가 겹친 빅토르 안은 2011년 러시아로 귀화를 결정한다. 
 
빅토르 안은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던 2006토리노대회 3관왕(1000·1500·5000m 계주) 이후 8년이 지난 후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경기 후 그는 "러시아 귀화는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다시 올림픽에 나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며 "첫 날 메달을 따서 남은 종목을 편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부상 이후에 회복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올림픽에 나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며 "다시 이런 무대에 설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해 토리노대회 때보다 즐기는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빅토르 안이 수확한 동메달은 러시아가 쇼트트랙에서 처음으로 딴 올림픽 메달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 모인 러시아 관중들은 시종일관 빅토르 안에게 뜨거운 응원을 펼치며 힘을 보탰다. 한국 관중도 빅토르 안을 함께 응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첫 메달을 안기게 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가슴이 벅차다. 믿어주시고 지원해주신 러시아연맹 회장님 그리고 러시아 스태프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첫 출전 종목이었던 1500m를 성공적으로 마친 빅토르 안은 500m·1000m·5000m 계주 등 3개 종목이 남아있다. 
 
그는 "다같이 마지막 날 웃을 수 있도록 5000m 계주에서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며 "특히 계주는 1500m보다 체력적인 부담이 덜해 지금보다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선수들과 잘 지내냐는 질문에는 "불편한 것은 없다. 자꾸 언론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경쟁하고 메달을 위해 경쟁을 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같은 부분은 조금 후배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도 출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그런 질문은 아직 이르다"면서도 "선수로서 할 수 있다는 자신과 믿음이 있으면 그때까지 그만두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빅토르 안은 "예전에 비해 체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나도 알고 경쟁자도 안다. 최대한 할 수 있는 경기를 하려고 노력하겠다.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