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소치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2연패를 노리는 '피겨여왕' 김연아(24)의 경계 대상으로 떠오른 러시아의 '피겨 샛별'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에 대한 일본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리프니츠카야는 지난 9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2.90점으로 1위를 차지한 여세를 몰아 10일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41.51점으로 1위를 기록, 러시아의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 율리아 리프니츠카야가 8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올림픽 파크 내 아이스버그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뉴시스
김연아와 리프니츠카야는 한 번도 맞붙은 적 없다. 
 
10일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가진 인터뷰에서 리프니츠카야는 "김연아의 공백이 길어 실제로 본 적이 없다. 직접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사다 마오(24· 일본)는 리프니츠카야와 지난해 12월7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2012~201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과 이번 피겨 단체전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까지 직접 맞붙었다. 
 
그만큼 리프니츠카야에 관해 한국보다 일본 언론과 빙상계의 이해가 깊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피겨단체전 이전에 아사다가 우승을 예약해놓은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애써 침묵하고 있는 눈치다.
 
일본 언론은 자국이 피겨 단체전에서 5위에 머물렀다는 사실만 간단히 전할 뿐 리프니츠카야에 관해서는 그다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대회 상보에서 '압권의 연기를 펼쳤다'는 말로 자신들이 느낀 충격을 대신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석간후지'가 리프니츠카야를 집중 조명해 주목할 만하다. 물론 리프니츠카야를 김연아의 경쟁자로 보고 있는 국내 언론과 달리 아사다의 경쟁자로 여기는 것이 차이점이기는 하다.
 
석간후지는 "아사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김연아가 아니라 개최국 러시아의 초대 피겨단체전 우승의 원동력이 된 리프니츠카야"라고 지적했다.  
 
석간후지는 "10일 프리스케이팅에서 리프니츠카야는 고난이도의 2연속 3회전 점프와 타고난 유연성을 살린 독특한 캔들 스핀으로 경기장을 흥분시켰다. 관객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자신의 최고점수인 141.51점을 획득해 선두가 되면서 아이스댄스 경기 결과를 기다릴 필요도 없어 러시아의 첫 우승을 이끌어 냈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일본을 대표해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스즈키 아키코의 점수는 112.33 점으로 리프니츠카야의 발 밑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폄하하기까지 했다.
 
석간후지는 "첫 올림픽 도전에 나선 천진난만한 이 15세 소녀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세계 최고라고 할 정도의 부드러운 몸을 이용한 연기로 아사다를 웃돌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했다"면서 "1998년 6월생으로 아직 만 15세인 리프니츠카야의 기세는 2005~2006시즌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러시아의 피겨 여왕 이리나 슬루츠카야를 물리치고 우승했을 때 역시 만 15세였던 아사다를 방불케 한다"고 격찬했다. 
 
실제로 아사다는 2005년 12월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ISU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25.24점을 받아 전날 쇼트프프로그램(64.38점)을 포함해 189.62점으로 유럽선수권에서 통산 6회 우승을 차지한 슬루츠카야(3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아사다의 상승세였다면 2006년 2월 이탈리아 토리노올림픽 금메달 획득이 유력했으나 그는 15번째 생일이 9월25일이었던 탓에 '올림픽 개최 직전 해의 7월 1일 이전에 만 15세가 돼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이후 아사다는 자신보다 한급 아래로 여겨지던 김연아가 급성장하면서 첫 올림픽이었던 2010밴쿠버올림픽의 금메달을 김연아에게 내줘야 했다. 
 
석간후지는"지난해 12월 GP 파이널에서 2위를 차지한 리프니츠카야는 우승자 아사다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선수다.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수'라고 높이 평가했다"면서 "아사다도 리프니츠카야에 대해 앞으로 세계 피겨를 발전시킬 수 있는 선수라고 인정했다"고 소개했다. 
 
석간후지는 "지금까지 러시아 여자 피겨가 획득한 메달은 슬루츠카야가 2002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에서 딴 은메달이 최고이고, 2006토리노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슬루츠카야가 은퇴한 뒤에는 아예 메달이 없다"면서 "러시아는 소치올림픽을 겨냥해 신예 육성 계획을 추진해왔고, 리프니츠카야가 그 중 한 명이다. 리프니츠카야는 '연예인이 되고 싶지 않다.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CF 출연이나 인터뷰도 자제해 온 '러시아의 비밀병기'다"고 강조했다. 
 
석간후지는 "일본 스케이트 연맹 관계자는 리프니츠카야가 홈의 이점을 살려 아사다와 김연아의 2강 체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계했다"고 덧붙였다. 리프니츠카야의 롱엣지 문제를 거론하면서 앞으로 여자 피겨 싱글경기에서 김연아가 심판 판정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한국 언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일본 역시 리프니츠카야의 홈 어드밴티지에 불안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