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 기자]프로야구 승부조작 파문이 4개 구단으로 확산됐지만 어떤 구단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승부조작 가담자가 늘어나면서 해당 구단의 책임이 희석돼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프로 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드는 승부조작은 프로야구에서 2012년과 이번에 두 차례 발생했다.

1회 볼넷 등 승부조작 방식도 닮은꼴이지만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선수 개인에게는 중징계가 부과되는 반면 해당 구단이 사과문 한 장으로 끝내는 것도 비슷하다. NC 다이노스의 선발 투수 이태양은 지난해 선발로 뛴 4경기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창원지검 수사 결과 밝혀졌다.

그는 작년 5월 29일 경기에서 브로커로부터 '1이닝 1실점'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2천만원을 받았다. 같은 해 7월 31일, 8월 6일, 9월 15일 등 3경기에서도 '1이닝 볼넷' 등을 브로커로부터 청탁받았다. 이태양은 검찰 수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문우람(넥센 히어로즈)이 결백을 주장하고, 이후 승부조작을 자진 신고한 유창식(KIA 타이거즈)과는 현재 상황이 조금 다르다.

검찰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고려하더라도 이태양이 승부조작을 이미 인정한 만큼 NC 구단의 책임 있는 대응이 뒤따라야 할 텐데도 아직은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구단은 억울할 수 있다. 개인의 일탈행위이고, 선수의 사생활까지 구단이 어떻게 모두 체크할 수 있느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구단이 선수관리의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더군다나 이태양은 총 4차례에 걸쳐 승부조작을 시도했지만, NC 구단은 전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찰에 의해 사건이 확인된 이후에도 NC 구단은 '신속하고 세련되게' 사과하며 'KBO에 관련 제재를 내려달라'로 밝혔으나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역시 NC를 따라 사과문만 발표했다는 점은 매한가지다. 이와 관련해 국내프로야구를 총괄하는 KBO는 10개 구단 사장들이 참여하는 이사회가 최고의사결정 기구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KBO 이사회가 구단에 강력한 징계를 내리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KBO도 프로야구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승부조작 사건의 1차적인 책임자는 해당 구단이다. 그러나 4년 전과 마찬가지로 구단 관계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KBO를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행태가 씁쓸하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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