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는 SNS·문자지시 금지…신경민 더민주 의원의 '업무 카카오톡' 금지법
이르시되 권리 있으라 하시니 권리 있도다

"모든 근로자는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업무카톡 금지법'을 발의하면서 한 말이다. 퇴근 후에는 문자, 전화 그리고 SNS로 업무를 지시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인데, 업무에 관련된 직원 간의 모든 대화는 업무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모든 업무 관련 카톡 금지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 
 
근로자인 나에게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했지만, 나는 그런 권리 가지겠다고 한 적이 없다. 나는 퇴근 후에도 어찌하면 업무 능력 올릴지를 고민하면서 선배들한테 캐 물어야 되는데, 그런 '권리'는 누가 또 내 허락 없이 만들어 낸 것인가? 그게 신경민 의원의 권리지 내 권리인가? 나에게 의무가 생기는데 그것이 어떻게 권리인가?
 
권리는 계약에 의해 비로소 발생한다. 누군가가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을 때 비로소 다른 누군가의 권리는 권리이게 되는 것이다. 모든 근로자에게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그것이 실제 입법으로 관철될 경우, 그 효과는 기존에 있었던 몇 천만 건의 계약을 사후적으로 변경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계약을 제한하는 효과도 당연히 발생한다. 외관상 일면 아름다워 보이는 '업무카톡 금지법'은 이렇듯 어마어마한 '명령'이다. 
 
내가 구하고자 하지 않았던 권리를 '있으라'고 선언할 수 있는가? 내가 무슨 권리를 가질지 선택할 자유를 빼앗긴 채로 다른 사람에 의해 선언된 권리가 정말 권리라면, "공민은 휴식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라고 선언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헌법’에 의해 북한 거주 국민들은 지금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 "모든 근로자는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업무카톡 금지법'을 발의하면서 한 말이다./사진=미디어펜

 
누구나 자신이 언제 휴식하고 언제 일할 지를 다른 사람과 계약을 통해 결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권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명령하거나 '바라는 것을 선언'하기만 하면 북한처럼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진정한 자치영역에서 진정한 자기통치를 하려는 자유를 생각해야 한다. 개인의 삶에서 마주치는 관계에 있어서 눈 부릅뜨고 계약을 잘 맺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고용계약을 맺을 때는 '이 회사가 업무시간에 카톡을 징글징글하게 한다 카더라'는 소문이라도 없는지 라도 최대한 수소문 해보고 고용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미 입사했다면 노조를 결성하든지 해서라도 기업에 업무 시간 외 카톡 금지가 본인들의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가중시켜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고, 안 보일 때 회사에 테러라도 해서 이놈의 더러운 회사 망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는 표현을 사측에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 (왜 노조 활동은 임금 관련 투쟁만 하나? 사실은 삶의 질이 돈보다 소중하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라 그런가?) 그러나 이것은 '업무 시간 외에 카톡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 한정되는 얘기이다. 
 
누구나 일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일이 미친 듯이 좋고 업무 해결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며, 스티브 잡스를 존경하고 있던 차에 마침 사장님이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라 아버지보다 좋아 죽을 것 같다는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있다면, 그들은 ‘업무 카톡 금지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한국인들은 생물학적 DNA에 노예근성이 박혀 있어 훌륭한 벤처기업은 절대로 있을 수가 없는가? 아니다. 카톡금지법 같은 재밌는 발상을 관철시키려 하니 그런 기업은 있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하겠다는 것들을 '하지 말라'고 명령하는 법들이 넘쳐나니까 온갖 '강제적 질서'로 보호받는 사람들이 커 나가고, 할 수 있는 건 노력 밖에 없는 사람들이 도태되는 것이다. 까라면 까고, 기라면 기는 사람들이 진짜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온 사람들을 밟고 올라가 까라면 까고, 기라면 기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불만만 생기면 국회의원부터 찾아서 시답잖은 댓글로비에 열중하며 “국민의 힘을 보여줍시다” 어쩐다 하는 사람들이 권력부터 찾아 의존하기 때문에 권력 있는 직업만 뜨고 일하는 직업은 노예의 상징처럼 되는 것이다. 

   
▲ 퇴근 후에는 문자, 전화 그리고 카카오톡 등 SNS로 업무를 지시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인데, 업무에 관련된 직원 간의 모든 대화는 업무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모든 업무 관련 카톡 금지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사진=카카오 로고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만들어진 법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국가의 통치를 받는 기업은 아직 강제가 없는 곳을 찾아내어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노동자를 굴려 먹어야 하는 것이다. 내일 당장 법이 바뀌어 카톡은커녕 구두로 업무 지시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개인이 진정한 자기통치를 잘하면 사회도 조금씩 변한다. 온 국민 모조리 통째로 강제 계약하지 않으면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강제에 대한 신뢰가 강제의 엔진을 돌려 개인들을 명령 받는 노예 상태로 이끄는 것이다. 보시라. 이제는 ‘의무가 진정한 권리'라고 하면서 1984의 '진리성'처럼 명령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사기에 속고 있지 않은가?
 
신경민 의원께서 마치 신처럼 말씀하시니, 나도 신처럼 말해 보려고 한다. 신 의원과 내가 다른 건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다’라는 점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나라고 못할 게 뭐 있나? "국회의원들은 일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특히 업무 카톡에 노출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손기명 자유기고가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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