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2월 횡령 등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해왔던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 산업부 김세헌 기자
재계는 최 부회장이 가석방에 이어 다음 달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도 포함될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가석방에만 머무를 경우, 회사경영을 법적으로 책임지는 등기임원으로 일정기간 이름을 올릴 수 없어 당장 경영복귀가 어려워서다. 

최 부회장이 이번 광복절 가석방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 배경은 현재 형기의 92%를 채운 데다 모범적으로 수형생활을 한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과 함께 가석방 대상으로 주목받은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 전 부회장은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2000억원 상당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4년 7월 징역 4년을 확정 받았다. 

구 전 부회장 역시 형기의 90% 이상을 채웠으나, 거액의 사기 행위로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죄질이 나쁘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7월 가석방에 이어 법무부는 조만간 광복절 특별사면을 위한 심사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심사 기준과 대상자를 검토할 방침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광복절 사면 추진 배경으로 경제위기를 언급한 만큼, 일각에서는 일부 유력 기업인들이 사면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이번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기업인으로는 집행유예가 확정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 회장은 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법정구속, 구속집행정지 등을 거친 끝에 2014년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김 회장의 집행유예 기간은 2019년 2월까지로 그때까지 등기이사직 수행이나 주요 계약상 지위에서 제약을 받는다. 

기업비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재상고를 포기해 법적으로 특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이 회장은 현재 사지의 근육이 점차 위축·소실돼 마비돼가는 불치의 유전병 CMT(샤르코 마리 투스)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걷기, 쓰기, 젓가락질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조차 힘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CJ그룹이 최근 공개한 이재현 회장의 유전병 CMT 진행 상태 사진. 이 회장은 근육위축으로 발등이 솟아오르고 발가락이 굽은 모습이다. 이재현 회장은 재상고를 포기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면에 대해 “광복 71주년을 맞이해 국민들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사면 목적으로 경제적 위기를 언급하며 “지금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겁다”며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서 위기를 극복할 희망의 전기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면 결정은 박근혜 정부 들어 2014년 1월 설 명절, 지난해 8월 광복절 70주년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희망의 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지난 두 차례의 사면은 서민과 영세업자, 중소기업인 등 생계형 사범 위주로 단행됐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1월 사면의 경우 비리 정치인과 기업인이 완전히 배제됐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에선 경제인 14명이 혜택을 받았지만 주요 재벌 총수로는 최태원 SK 회장 1명만 포함됐다. 사면권 행사의 공정성과 사법 체계의 신뢰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그간 사면에 대한 엄격한 원칙과 기준을 강조해 왔다. 이번에는 사면 결정의 배경으로 '경제적 위기'를 거론했다. 지난 두 차례 사면과는 다소 달라진 점이다. 

이에 주요 경제인들이 사면 대상에 대거 오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브렉시트와 산업계 구조조정 등 대내외 위기 상황이 도래한 가운데 기업인 사면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 경제는 곳곳에 비상등이 켜진 형국이다.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잠복해 있던 악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출, 투자, 소비 등 성장동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게다가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애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 불안 우려 등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민관의 합심이 절대적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이 8·15 경축사에서 정치권과 각 경제 주체에 협력을 촉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는 곧 정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기업인이 위축되지 말고 투자와 고용을 계속 늘려 현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의 역할을 해줘야 할 때인 것이다.

기업인 사면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과 실천이 뒤따른다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여론의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이번에 사면받는 경제인들은 투자, 고용 확대를 통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 경영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국민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