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질서 파괴자에 법원은 재판 질질, 국회도 제식구 감싸기 추태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눈물로 마감,  최루가스 공격.’ ‘폭력적 전술은 한국 국회의 특징.’
2년 전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투척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민국 국회는 또 다시 세계 외신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국회에서 공중부양, 명패 깨기, 해머-전기톱 등장을 압도한 ‘최루탄 테러’는 경악 그 자체였다. ‘막장 국회’라는 오명을 전 세계에 재확인시킨 망신스런 사건이다. 지난 1월말 그 악몽의 ‘최루탄 테러’에 대한 항소심 법원은 김 의원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법부 판단대로 명백한 범죄행위다. 그럼에도 김 의원의 상식을 넘어서는 '가증스런' 항변은 계속된다. 최루탄 투척 당시 그는 안중근-윤봉길 의사를 거론하며 폭탄이라도 있으면 국회를 폭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마다 등장하고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뻔뻔함도 보였다. 2년이 지난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도 ‘의거’ 운운하며 자신을 독립투사처럼 생각하는 과대망상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 지탄은 모르는 채 여전히 뉘우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무엇인 척 포장하든 위선적이고 비겁한 행태는 속일 수 없다. 그는 고발을 당하고도 검찰소환을 8차례나 거부하며 버틴 끝에 조사 한 번 안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 의원 배지를 방패로 특권 뒤에 숨는 비굴한 모습이다. 재판장에선 최루탄이 저절로 터졌다는 궤변에, 안중근 의사를 함부로 들먹이는 등 망발도 늘어놨다. 그는 자신의 행동만 정당화하려 할 뿐 자신이 속한 정당 이름처럼 ‘진보’스럽지도, 기득권 철폐를 주장해온 것만큼 ‘정의’롭지도 않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곳이거늘, 본인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의회정치를 부정하는 행위며 국회의원 자질이 없다.

   
▲ 2년전 국회의사당에서 한미FTA협정 비준에 반대한다며 최루탄테러를 감행한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 사법부는 김의원 재판을 질질 끌고 있고, 국회도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며 국민적 불만을 사고 있다. 민의의 전당을 모독한 김의원에 대해 사법부는 집중심리 등 신속한 재판을 통해서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국민혈세를 더이상 낭비해선 안된다.

이런 상황임에도 국회와 법원은 국회 본회의장을 ‘테러장소’ 쯤으로 여긴 그에게 아직도 의원직을 유지시켜주고 있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까지 4개월, 1심과 항소심 재판에 각각 11개월 씩... 최루탄 테러 후 2년 2개월이나 흘렀다. 현재로선 김 의원이 대법원까지 끌고 갈 가능성도 크다. 최루탄을 터뜨리는 현장이 생생하게 전국에 중계됐고, 신성한 국회와 민주주의를 모독한 폭력사건이다. 더군다나 그가 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저지른 범죄다. 법원이 재판을 질질 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국회는 더 한심하다. 김 의원이 버젓이 금배지 달고 국회를 활보하도록 내버려뒀다. 김 의원은 18대 국회 임기도 무사히 마치고 19대 국회에 재입성 했다. 민주당은 19대 총선 야권단일화 후보로 김 의원에게 전남 순천 지역구를 내줬고, 김 의원은 당선 직후 야권연대의 승리를 부르짖었다. 최루탄 테러 범인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민주당은 유권자를 모독했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에만 급급해 통합진보당과 손잡았던 민주당에겐 원천적 책임이 있다.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민주당의 탓만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김 의원의 국회 활보와 국민 기만을 방관했다. 최루탄 테러 직후, 국회 질서유지 책임자인 국회의장은 김 의원 고발에 시큰둥했고,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위한 서명엔 의원 20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국회권위와 실정법을 짓밟은 폭거에 내부적으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와 동료 감싸기는 국회폭력 사태와 함께 기록돼야 할 국회의 수치이다.

바로 며칠 전엔 김선동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표연설까지 했다. 헌정질서 파괴자에게 연설을 허용했다. 국회 지도부가 ‘통합진보당이나 김선동 의원은 원래 그런데 뭐...’하는 생각으로 김 의원의 연설을 안일하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다. 국민을 모욕한 죄로 곧 의원직을 상실할 김 의원이 무슨 자격으로 정당을 대표해서 의원들, 즉 국민을 상대로 연설할 수 있단 말인가. 그에게 연설 기회를 준 것 자체가 국민을 또다시 조롱한 것이다.

김 의원 재판 이전에도 법원에 제소된 국회 폭력사건은 있었다. 공중부양과 해머폭력, 국회의원 명패파손 혐의로 강기갑 전 의원은 벌금 300만원, 문학진 전 의원은 200만원, 이정희 전 의원은 5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을 제외하면 형사사건에서 금고이상이나 집행유예를 받아야 의원직이 상실되기에 그들 모두 임기를 채울 수 있었다. 국민의 법 감정과 사법부 형량의 괴리가 크다. 그렇다면 국회의 자정노력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윤리위의 징계장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김선동 의원의 재판 지연작전에서도 드러났지만, 국회의원이 피의자인 경우 최종법원의 선고까지 몇 년씩 걸린다는 것도 큰 문제다. 무죄판결을 받은 의원은 재판이 진행되는 몇 년간 소신껏 정책이나 법안을 내지 못하고, 의원직을 잃게 된 경우엔 재판기간 동안 의원 세비지급 등 국고를 낭비하게 된다. 그렇기에 정치인에 대한 범죄 유무-경중을 따지는 사건에선 사법부가 집중심리, 단기간에 선고해야 한다. 특히 민의의 전당에서 법치를 파괴하고 국민을 모독한 김선동 의원에겐 사법절차가 빨리 진행돼야 한다. 의원직 상실이 거의 확실시됨에도 재판이 늦어져 계속 국민 혈세인 세비를 줘야한다면 국민을 또 우롱하는 일이다.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