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국주의 식민지로 전락? 민족 반역자 운운 '제노포비아' 선동
민족, 어떻게 볼 것인가 : 불분명한 민족개념, 대한민국을 뒤덮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쯤의 일이다. 모 정당을 지지하던 어떤 선생님과 대화를 하던 중에 김정일의 장례식에 대한민국 사람이 가서 조문하는 것이 옳으냐는 이야기로 논쟁이 붙었었다. 그때 당시 나는 “북한 정권은 정확히 국가 전복세력이고, 일종의 게릴라가 만든 불법정부인데 그 정부의 수반이 죽었다고 해서 조문을 가야하냐”는 입장이었고, 그 선생님은 “남한과 북한 모두 한 민족인데, 같은 민족끼리 어쩌다보니 둘로 나눠졌고, 그 나눠진 한쪽의 지도자가 죽었으니 같은 민족 된 도리로써 가야한다”는 식의 입장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듣고 있던 나는 어이가 없었고, 민족이 뭔데 그런 쓸데없는 것까지 해야 하냐는 투로 짜증을 내고 이야기를 마쳤던 적이 있었다. 민족이라는 단어가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다보니 이런 비논리도 민족이라는 이름하에 정당화 되는 것이다. 
 
사실 민족이라는 단어를 정의한 학자들은 많다. 어떤 학자는 민족을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같은 땅에 거주하는 족속’ 1)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국어사전에서는 ‘일정한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공동생활을 하면서 언어와 문화상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 집단. 인종이나 국가 단위인 국민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2)는 식으로 뭉뚱그려 설명하곤 한다. 

이렇게 다양한 해석만 존재할 뿐 그 단어의 정확한 의미와 민족이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내놓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단어의 형성 자체부터 명확한 개념이 아닌 일종의 정치적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도입한 허상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최초로 민족의 개념을 현대화 한 인물로 알려진 피히테(Johann Gottlieb Fichte)의 <독일 국민에게 고함>(Reden an die deutschen Nation)에서 그는 독일 국민(Deutschen Nation)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국민의 개념이 아닌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같은 핏줄을 가진 독일인임을 이야기하면서 ‘민족’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의 책 내용 어디를 찾아봐도 그는 독일 국민을 하나의 ‘민족’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이것은 후대의 일본과 한국 학자들에 의해 해석된 것에 불과하다. 원류부터 정확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개념을 가져오다 보니 혼란만 가중된 것이다.  

   
▲ 북한은 여전히 ‘우리 민족끼리’를 부르짖으며 외부세력의 간섭 없이 남한과 북한만 1대1로 대화를 잘 풀어나가면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북한이 운영하는 대남 홍보 홈페이지의 이름 또한 ‘우리 민족끼리’이다./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불분명한 민족개념을 다양한 곳에 적용하려 한다. ‘우리는 모두 한민족이다.’라는 명제가 하나의 진리처럼 통용되고, 이 명제에 대해 의심을 가지면 ‘민족의 반역자’라는 비난 혹은 ‘민족을 부정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민족개념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에게 ‘뿌리도 모르는 x’라는 욕설을 과 동시에 수많은 이들에게 테러에 가까운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3) 
  
이러한 민족관은 북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북한은 여전히 ‘우리 민족끼리’를 부르짖으며 외부세력의 간섭 없이 남한과 북한만 1대1로 대화를 잘 풀어나가면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북한이 운영하는 대남 홍보 홈페이지의 이름 또한 ‘우리 민족끼리’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북한은 매일 미국과 일본을 비난하면서 남한이 반민족 세력에 의해 미국의 제국주의 식민지로 전락해 버렸다는 식의 논평을 매번 내놓고 있으며, 미군의 철수와 민족의 단결이 마치 통일의 유일한 길인 양 연일 대한민국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한국의 민족관은 외국인에 대한 배척을 통해 한국사회를 경직시켜 버렸다. 어느 나라나 외국인 혐오(제노포비아:Xenophobia)는 존재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외국인 혐오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14년에 입국했던 무투마 루티에레 유엔 특별보고관은 “한국에 심각한 인종차별이 존재하며, 이러한 인종 차별의 근간에는 대한민국 내부에 있는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 때문” 4)이라고 지적하였다. 

외국인 혐오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은 순혈주의, 민족기업 개념으로 넘어가 외국 투자에 대한 혐오 혹은 외국 인재들의 귀화를 막는 원인이 되고, 내부에서 빠져나가는 인적 자원에 비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인적자원을 막는 장벽이 되어 버렸다. 결국 외국인 유학생도, 외국인 노동자도 불분명한 민족논의의 희생양이 되어 차별과 멸시를 받다가 한국을 떠나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이렇게 민족이라는 불분명한 개념이 한국에서 드러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불분명한 민족 개념을 가지고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을 만들어 내고, 그 자부심을 통해 다수를 현혹시키고 비논리를 정당화시키며, 차후에는 국가 이미지와 인재유입에도 방해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민족이라는 개념이 어떤 개념인지, 단일민족이 얼마나 불분명한지를 파악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많은 지식습득과 다양한 논의를 해야 한다. 지식과 논리가 부족할 때 선동과 비논리는 그 힘을 얻게 된다. 

음수사원(飮水思原)이라는 말이 있듯 어떤 개념을 생각함에 있어 그 개념은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그 개념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고 선동과 비논리, 신화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워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서 지식인이 해야 할 일이다. /김동현 자유기고가

   
▲ 한국의 민족관은 외국인에 대한 배척을 통해 한국사회를 경직시켜 버렸다. 어느 나라나 외국인 혐오(제노포비아:Xenophobia)는 존재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외국인 혐오증이 심각한 수준이다./사진=연합뉴스


1) 유재명 저, <사상을 이야기하다>서울 동명사 1997, p.141 

2) 네이버 국어사전 ‘민족’

3) 최승현, “민족은 없다고 말한 교수 앞에 ‘뿌리도 없는x’ 막말, 고성” 2008.7.11. 서울, 조선일보  

4) 김연숙 <유엔 특별보고관 "한국에 심각한 인종차별 존재"> 2014. 10. 06 서울, 연합뉴스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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