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활동에 과중한 부담, 적용제외 조항도 확대해야

지난해말 국회를 통과한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금지제도에 대한 예외조항의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또 이의 적용제외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 현재 입법 예고된 시행령안이 규정하고 있는 순환출자 현황 공시의무, 규제회피 유형규정 및 과징금 산정기준도 개선돼야 한다.

건설 조선 상선 철강 등 주력업종의 침체로 기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구조조정 차원의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를 일률적으로 규제할 경우 원활한 기업구조조정은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회사의 권리실행을 목적으로 하는 출자전환 등을 한시적으로만 허용할 경우 채권자 등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규 순환출자에 대한 현재의 유예기간을 연장시키거나 적용제외 조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입법 예고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안도 개선돼야 한다. 시행령안은 금전신탁이나 명의도용을 규제회피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일률적 규정은 선의의 경영활동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 계열사로서는 금융거래상 금전신탁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거래관계가 있는 금융기관이 해당 기업집단 계열사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할 경우 오히려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우를 범할 수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또한 명의도용이라는 잣대로 주식의 소유를 규제하려 할 경우 오히려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우려가 있다.

 

상호출자와 달리 순환출자는 보다 간접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금지 위반에 대해 상호출자금지의 경우와 동일하게 과징금 상한을 취득가액의 10%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기준이다. 순환출자가 위해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법의 취지로 평가를 해봐도 순환출자의 위해성은 상호출자의 경우에 비해 더 낮기 때문에 동일하게 과징금 상한선을 10%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기업집단들은 이미 계열사 및 모든 관련 소유구조 자료를 제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환출자 현황을 공시토록 강제하는 규정은 중복적 부담을 부여할 수 있다.


순환출자는 대기업집단이 기존 정부규제에 순응하는 과정에서 양산된 결과이다. 순환출자에 대해 규제할 경우 또 다시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규제적용과 기업의 순응과정을 반복해온 과거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를 적용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기업집단에서 순환출자가 증가된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경영권 보호장치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경영권 보호제도를 도입해서 순환출자구조를 자율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것이 정책의 원칙적 방향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현종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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