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시절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뜻이 담긴 담화를 발표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총리가 11일 방한했다. 그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후 3시께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의당 의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일본과 한국은 오랜 역사적 관계가 있고 공통점도 많다. 지금 앞에 있는 취재진 중에서도 누가 한국인이고 누가 일본인인지 모를 정도"라며 "(양국이)서로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진심으로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테루야 칸도쿠 (사회민주당)의원이 한국 방문을 간곡하게 제안했고 또 내 출신 정당인 (일본)사민당과 정의당이 교류해온 관계가 있었다""테루야 의원이 '양 정당이 공히 어려움을 안고 있지만 함께 헤쳐나가자'고 했다. 그래서 몸담고 있던 정당이다보니 서로 만나서 격려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소속 정당인 사회민주당은 현재 일본 중의원에 1석만을 보유하고 있는 소수정당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환영사에서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국가가 행한 잘못을 사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라야마 전 총리가 보여준 용기와 결단에 우리 국민은 큰 감명을 받았다""이 자리를 빌려 우리 국민을 대신해 총리와 일본 국민의 진정한 용기에 존경을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아베 신조 내각과 일본 우익 정치인들이 무라야마 담화 등 일본 정부가 견지해온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태도를 부인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데 대해 우려가 크다""이런 일들이 일본 내에 대다수 양식 있는 이들의 진심을 전달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일로 예정된 무라야마 전 총리의 국회 강연에 우리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이라며 "총리님의 무라야마 담화에 담긴 역사인식을 다시한번 확인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무라야마 총리의 방한 일정을 통해 우리 국민은 한일관계의 새로운 미래와 동아시아 평화에 대한 고견을 듣고 이를 일본 국민과 공유하길 기대한다""이번 방한이 꽉 막힌 한일관계를 푸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한 일정에는 테루야 칸토쿠 사회민주당 의원과 무소속 아베 토모코 의원, 무라야마 전 총리의 딸인 나카하라 유리씨, 토미나가 다케시 일본 오사카 지방노동위원회 노동위원 등이 동행했다.
 
간담회 후 무라야마 전 총리는 국회의원회관 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작품 전시회장을 직접 찾았다.
 
이 자리에서 무라야마 전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인 박옥선씨, 이옥선씨, 강일출씨와 만나 "나보다 젊어 보인다. 건강하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91세인 박옥선씨는 무라야마 전 총리와 나이가 같다는 사실을 알리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순덕씨의 작품인 '못다 핀 꽃'을 선물했다.
 
이어 박씨는 무라야마 전 총리에게 "일본은 (우리에게)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무라야마 전 총리는 답을 하지 않았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정의당 주최 방한기념 만찬에 참석한다. 이후 그는 오는 12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통한 한일관계 정립'이란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강연에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정의당 천호선 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