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우리 회사는 브라질국채를 고객에 권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정말 원한다면 판매하지만 추천하지는 않아요. 적극적으로 취급하는 동부증권 같은 곳에서 알아보세요.”

“브라질 국채요? 가장 많이 판 삼성증권에 물어보시죠.”

국내 일부 대형 증권사들이 브라질국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탄핵과 재정위기 등 브라질의 상황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에 적극적으로 판매한 투자 상품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일종의 책임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브라질국채를 많이 판매한 대형 증권사인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중 브라질국채 판매 사실과 잔고를 당당하게 밝히는 곳은 미래에셋증권 뿐이다. 나머지 증권사는 ‘브라질국채’라는 얘기만 나와도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판매 사실마저 부인하려고 하고 있다.

브라질국채는 한때 삼성증권 2조3000억원을 비롯해 판매 잔고가 7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끈 상품이었다. 그런데 최근 브라질국채에 대해 대형 증권사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고금리·비과세 혜택으로 브라질국채 투자 열풍이 일었다가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고객의 강한 반발을 샀던 아픈 기억 때문이다.

2010년 7월 원화 대비 1헤알당 693원까지 치솟았던 헤알화 환율은 지난해 9월 286원까지 추락했다. 현재는 조금 회복해 340원대를 오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최근 헤알화가 조금 다시 반등해 일부 손실을 만회했지만 대형 증권사들은 여전히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브라질국채에 투자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다시 달러를 헤알화로 바꿔야 한다. 국내 투자자 대부분이 환 헤지를 하지 않는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헤알화가 약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보게 된다. 브라질국채 수익률은 환율 변동과 마찬가지로 반토막이 났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려있고 재정난으로 부진한 준비, 불결한 위생, 불안한 치안 등으로 리우 올림픽이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도 대형 증권사의 브라질국채 거부감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동부증권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올 초부터 적극적으로 브라질국채 투자를 권해 눈길을 끌었다. 연초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환율을 반영한 브라질국채의 수익률은 38.9%에 달한다. 최근 3개월 수익률도 7.8%를 기록했다. 

대형 증권사들이 몸을 사릴 때 오히려 투자기회를 발굴해서 고객에 수익을 안겨준 것이다. 브라질 탐방 등으로 현지 정세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들은 이미 투자를 권유하기에는 수익률이 상당히 높아서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과거 손실로 인해 고객들의 항의를 많이 받으면서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증권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을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브라질국채도 엄연한 투자상품으로 고객이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과거 고객의 항의가 있었다고 기회가 왔는데도 투자 권유를 안하고 상품 판매를 사실상 중단한 것은 증권사다운 모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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