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태진아 극적인 합동공연이어 교과서와 국민의 멋진 조합도

   
▲ 조전혁 명지대교수, 전 새누리당 의원
가수 비와 태진아가 합동으로 공연한다? 대중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어색했습니다. 한 안티 네티즌이 장난삼아 올린 패러디가 발단이 됐답니다. 공연기획 단계부터 대중의 관심을 끌더니, 인기 폭발했습니다. 안티 팬의 입장에선 원치 않았던 결과겠죠. 기가 막힌 반전(反轉)입니다. 반전에는 즐거움이 따릅니다.

그 패러디물이 네티즌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했나 봅니다. 그러니 월드스타 비에게까지 알려졌겠죠. 비 입장에서는 무척 불쾌했을 지도 모릅니다. 비가 보란 듯이 그 아이디어를 낚아챘습니다. 불쾌하다고 그냥 넘겼다면 ‘비진아’라는 희대의 합동공연은 탄생하지 못했겠죠. 한 방 제대로 먹였습니다.

교학사 역사교과서 이야깁니다. 저자들이 본격적으로 집필하기도 전에 “김구 테러리스트, 유관순 여자깡패 ...”란 내용이 있다며 악담을 퍼뜨리더군요. 약발이 떨어져 가니, 이번엔 책 내용이 “친일과 독재미화로 도배됐다”고 진화(進化)하더군요. 마지막엔 궁색하게도 “철자법, 띄어쓰기 틀린 곳이 많다”며 씹어댔습니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겠다는 20여개 고등학교에 협박과 공갈 그리고 무차별 테러가 벌어졌습니다. 기어이, 끝까지 추적해서 말살하겠다는 ‘무관용 작전.’ 작전의 결과는 ‘2352:0!’ 쾌재를 불렀겠죠. “단 한 군데의 학교에도 교학사 역사책을 용납할 수 없다!”전국 2352개 고등학교 중에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최근에 부산의 부성고등학교에서 채택함으로써 영패(零敗)는 면했습니다.)

근데 반전의 기회가 왔습니다. 넘치면 모자라느니 못한 법이죠. 학교 졸업 이후 교과서와는 작별을 고한 일반시민들이 나서고 있습니다. “뭔데, 저렇게 난리를 치나?” “교과서 저자들이 미친놈들이 아니면, 설마 교과서에 김구 안중근 테러리스트, 유관순 여자깡패 ... 라고 썼을까?” ... “책도 안 나왔다는데 읽어는 보고 저렇게 비판하나?” 결론은 ... “우리 한 번 직접 읽어보자!”

짧은 시간에 알음알음 별로 알려지지 않은 교과서 예약주문 사이트(www.policyconsumer.com)에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3주 만에 삼천명 넘는 시민이 만이천권 넘어 예약주문을 했습니다. 사이트를 몰라 예약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스무 배 서른 배는 될 듯합니다. “책 나오면 서점에서 꼭 사보겠다”는 분들을 감안하면 꽤 많은 분량이 팔릴 듯합니다.

‘교과서와 일반국민’은 ‘비와 태진아’ 조합보다 더 어울리지 않은 조합일지 모릅니다. 비는 멋지게 반전시켰습니다. “니가 월드스타인 나 ‘비’를 조롱해? 들어봐라. 멋지게 성공시킬테니...” 이제는 교학사 교과서가 할 차례입니다. “내가 친일, 독재미화 교과서라고? 읽어는 보고 그런 소리하나? 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제대로 가르치는 교과서야. 읽어 보고 비난이든 비판이든 해!”

제게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이렇게 절규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비진아적 반전’을 기대해도 될까요? /조전혁 명지대교수, 전 새누리당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