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정부가 자기자본 10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출현을 목표로 한 육성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하이투자증권의 몸값이 ‘껑충’ 치솟을지 주목된다.

2일 금융위원회는 자기자본을 일정 수준 이상 확충하는 증권사에 어음발행, 기업환전 업무, 종합투자계좌 영업 등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와 4조원 이상, 8조원 이상의 3단계로 구분해 신규업무 범위를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자기자본 확충을 유도하는 것이 이번 방안의 골자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에는 기업 고객과의 현물환 매매 업무가 허용된다.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도 허용해 자기자본 확충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사업자에는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해당 업무는 현재 은행에만 제한적으로 겸업이 허용돼 있다. 고객으로부터 예탁 받은 금전을 통합해 운용하고 그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종합투자계좌(IMA)를 운용할 수 있게된다.

   


이번 발표로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빠르면 1년, 늦어도 2년 정도에는 자기자본 8조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가 국내에서도 등장할 것”이라며 “증권사들의 의지에 달린 일”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증권사들의 큰 흥미를 끌지 못했던 하이투자증권 역시 재평가의 기회를 맞게 됐다. 일단 자기자본 3조원대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은 4조원대 자기자본을 맞추기 위해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오는 11월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합병해 출범하는 통합 미래에셋대우, 2위인 NH투자증권(4조4709억원), 합병 KB투자증권+현대증권(3조9000억원) 등은 이미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어섰거나 연말 기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자본 8조원과는 아직 차이가나기 때문에 하이투자증권까지 인수할 필요는 없는 상태다.

이에 비해 삼성증권(3조3848억원), 한국투자증권(3조1713억원), 신한금융투자(2조4749억원+5000억원 유상증자) 등은 자기자본을 4조원대로 불리기 위해 자기자본 7000억원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요인이 생겼다. 물론, 유상증자로 몸집을 불려도 되지만 상장사인 삼성증권은 주가 하락의 우려가 있다.

하이투자증권 매각의 흥행 여부는 가격과 매각 지분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현대중공업 측은 하이투자증권 지분 전량(85.32%)을 매각한다는 입장이지만 가격을 잘 쳐준다면 ‘50+1주’만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매각가가 지나치게 낮게 형성될 경우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1조원 이상의 매각가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이미 몇 개 인수 후보가 하이투자증권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한결 같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기자본 7조원대에 근접한 미래에셋증권 관계자 역시 “증자나 인수합병(M&A)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금융위에 제출한 합병인가 신청서에서 통합 법인의 자기자본이 6조7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추산돼 온 통합법인의 자기자본 규모는 5조8000억원가량이었다.

한편 메리츠종금증권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공식 포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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