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LIG그룹 구자원 회장이 11일 같은 재판부로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면서 과거 관행처럼 선고되던 '3-5법칙'이 다시 등장했다. 
 
재벌 총수들의 기업범죄를 엄벌하기 시작한 건 불과 2~3년 전. 그 이전엔 재벌 총수들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점을 주요 감형 이유로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해 왔다. 
 
이 때 법원은 재벌 총수들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아 '3-5법칙'이 생겨나기도 했다. 
 
실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2009년 8월 이른바 '삼성 특검'을 통해 경영권 불법승계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2개월 뒤 사면 조치됐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삿돈을 빼돌려 계열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2007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받았다. SK 최태원 회장 역시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돼 풀려났다. 
 
2011년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 역시 지난해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처벌의 실효성'이 없는 집행유예 판결로 선처하고 있다는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고 정치권도 이같은 비판에 가세하면서 법원은 한층 강해진 양형기준을 마련해 재벌 총수들에게 엄격한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그 직격탄으로 기존의 처벌 공식이 깨진 것이 바로 한화그룹 김 회장의 사건이었다. 그는 회사와 주주들에게 수천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이례적으로 법정구속됐다.
 
이후 SK그룹 최태원 회장,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LIG 구 회장 일가 등 재벌 총수들도 잇따라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재계는 법원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기정)는 11일 김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구 회장에게도 같은 형량을 선고하면서 또 다시 '3-5법칙'이 적용됐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실제 피해가 없거나 피해액은 모두 공탁해 회복된 점, 피해자들과 합의된 점 등을 고려하면 과거의 기업범죄와는 달리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판부 역시 김 회장에 대해 "당시 현실적으로 나타난 그룹 전체의 재무적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우량 계열회사들의 자산을 동원한 것으로서 김 회장이 개인적인 치부를 목적으로 활용한 전형적인 '기업범죄' 사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을 참작 사유로 꼽았다. 
 
특히 공소사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유통과 웰롭 등에 대한 연결자금 제공 및 지급보증 관련 8,806억원 상당의 배임 혐의에 대해 "이른바 돌려막기 과정에서 피해 위험성 규모가 확대 평가된 측면이 있고, 결과적으로 피해 계열사의 책임이 소멸돼 실제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 회장이 1,597억원을 공탁해 피해가 회복된 것으로 볼 수 있고 134억원 상당의 동일석유 주식 저가매각과 배임 피해도 전액 공탁한 점, 양도소득세 포탈세액 전액이 납부된 점 등을 꼽았다. 
 
이 재판부는 구 회장에 대해서도 "경영상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만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유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LIG그룹이 834억7,400여만원의 피해 금액을 변제하고 항소심에서 대부분의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을 적극 고려해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과 달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