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내리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자유의 가치 되찾아야 할 때
   
▲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이 땅에 자유는 죽었는가?

이 땅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체성을 가진 ‘대한민국’이다. 우리는 유구한 반만년 역사를 지닌 국가라고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정작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 역사는 이제 겨우 68년이 되었을 뿐이다. 1948년 건국 당시엔 대다수 국민이 사회주의 체제를 이상적 이념국가로 인식했다.

이념적 혼란 속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이 땅을 번영케 할 시대정신임을 깨달은 한 정치인이 있었다. 우남 이승만이다. 사상가이며 혁명가였던 우남에 의해 대한민국은 자유를 쟁취한 기억과 공감대 없이 자유 대한민국을 쉽게 손에 쥐었다. 우남은 당시 자유사상을 이해하고 있었던 유일한 지도자다.

서양의 역사를 보면 자유는 오랜 기간 투쟁한 결과 비로소 누릴 수 있는 가치였다. 반면 대한민국 국민에게 자유는 선물로 주어졌고, 그래서인지 지금도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다. 다행히 우리는 자유에 대한 사상적 깨달음 없이도 전 세계가 놀랄 수준의 경제번영을 이룩했다.

자유를 쟁취한 선진국에서도 100여년 이상 걸린 경제번영을 불과 30년 만에 성취한 경이로운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토록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있다. 놀랍게도 대한민국, 우리 자신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누리는 경제번영은 자유의 열매임에도, 자유에 대해 너무도 무지하다.

대한민국은 한 정치인의 혜안으로 출발했지만, 성장 과정은 순조롭지 못했다. 태어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자유를 파괴하려는 북한의 침략을 겪었다. 북한의 침략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는 전체주의 사상의 무서움을 온 몸으로 깨달았다. 이러한 폭력적 학습이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 경제 번영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상이한 사상의 공존은 공동체에 막대한 갈등비용을 초래해 경제번영의 걸림돌이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치룬 전쟁은 국민 스스로 이념을 선택할 기회를 주었고, 약 600만 명의 북한주민들이 자유대한민국을 선택했다. 이처럼 전쟁은 이념적 대치와 갈등을 제거함으로써 국민적 단합을 가능케 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경제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

   
▲ 대한민국은 자유의 가치로 출발했지만, 여전히 이 땅엔 ‘자유’의 가치가 제대로 착근조차 하지 못했다. 자유보다는 민족이, 이념경쟁보다는 평화통일이 우선시되는 세상이다./사진=연합뉴스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마다 질문을 한다. “대한민국의 생일은 언제인가?” 이 중 대한민국 건국일을 정확하게 대답하는 학생은 10% 이내다. 더욱이 대한민국을 탄생하게 한 핵심인물인 우남 이승만에 대해 ‘건국 대통령’이라는 칭호는 교과서에도, 심지어 이승만 대통령 묘소에도 찾아 볼 수 없다. 집단주의로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김일성 동상이 북한에는 만여 개 있지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동상은 공식적 장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생일은 소중하다. 생일날 축하받으며, 나를 있게 해준 부모님을 떠올린다. 개인의 정체성을 가장 깊이 되새기는 날이 곧 ‘생일’인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가는 이념을 가진다. 전 국민이 국가의 정체성을 떠올리고, 확고히 다져나갈 수 있는 날이 건국일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한민국은 생일도 없고, 국부도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고아국가’가 되었다. 아니 있지만, 국민들은 건국일이 언젠지 모르고 건국 대통령의 위대함도 모른다.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6.25전쟁에서 국군 14만여 명, 자유우방국 4만여 명이 전사했다. 건국일도, 국부도 없는 대한민국은 우리 청년들에게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국가일까?

대한민국이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으로 통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실패한 지옥 같았던 조선을 딛고 일어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묘사하면서 사라져야 할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청년들은 풍요로운 오늘에 태어나서 전쟁의 아픔과 자유가 없을 때의 고통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제대로 된 선진국은 청년들에게 국가의 이념과 건국의 위대함을 교육한다.

하지만 우리 교육에는 여전히 자유의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건국일과 건국 대통령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 청년들이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운 국가로 느끼지 않고 ‘헬조선’으로 평가 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 오늘 우린 이념의 낙동강 전선에 서 있다.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이념의 고지에서 마지막 낙동강 이념전쟁을 마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8년 전 대한민국은 ‘자유’라는 외피를 쓰고 건국되었지만, 그 본질은 대다수가 몰랐다. 6.25전쟁을 겪으며 국민이 피부로 체험했던 전체주의의 처절함과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전체주의에 대적하겠다는 한판 결전의 각오는 사라진지 오래고, ‘민족’이라는 감성적 용어에 흔들리고 있다. ‘평화통일’이라는 달콤한 용어는 끝나지 않은 이념전쟁 속에서 우리를 무장해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의 가치로 출발했지만, 여전히 이 땅엔 ‘자유’의 가치가 제대로 착근조차 하지 못했다. 자유보다는 민족이, 이념경쟁보다는 평화통일이 우선시되는 세상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국민에게 자유가치를 알려야 한다. 또 다시 6.25전쟁을 치른다는 일전으로 자유 가치를 전파해야 한다.

6.25전쟁 중 우린 낙동강 전선을 최후의 보루로 목숨을 걸었다. 그 마저 무너지면 자유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지는 위기 속에서도 우린 끝내 자유를 지켜냈다. 오늘 우린 이념의 낙동강 전선에 서 있다.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이념의 고지에서 마지막 낙동강 이념전쟁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도 우리가 자유의 가치를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이 땅에 자유는 죽어버린 과거형이 아니다. 우리에겐 아직 자유가치를 뿌리내리고 꽃 피울 자유주의자들의 울분과 용기가 있다. 대한민국 발전의 역사는 산업화와 민주화로 함축된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자유화’다. 뿌리조차 내리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자유의 가치를 ‘자유화’ 깃발을 높이 올려 전 국민이 공유케 해야 한다. 이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 '세상일침'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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