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측 결국 철회…민주적 절차·학생이 주인공 떼법에 두 손
   
▲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학위장사? 이화여대생·동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지난 일주일간 이화여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학생들의 농성과 교수 감금 사건은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철회라는 결과로 끝났다. 이화여대는 3일 '미래라이프'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추진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태가 남긴 파장은 컸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로 대변되던 이화여대의 자부심은 교수들 감금 후 그들이 화장실에 갈 때 허락받고 가야하며 주변에서는 꽹과리 치고 환호를 지르는 여대생들 이미지로 실추됐다. 4년 간 학비를 내고서 사학재단의 주인이 자기라고 우기는 것은 차라리 약과다. 미용업계 종사자들과 학벌이 섞일 수 없다는 이대생 일각의 고귀한 자부심만을 자인했다. 결국 이대 동문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설립 반대에 대거 동참함으로써 학교재단은 이번 사안에 만세를 불렀다.

분명히 하자. 학교의 주인은 재단이다. 학생과 동문은 이화여대라는 교육서비스를 이용했거나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다. 이화여대라는 학벌에 프리미엄 가치가 있다면 그 수혜를 계속 누리고 있는 소비자다. 소비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대생과 졸업한 동문들에게 이화여대에 대한 재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전무하다. 학비를 낸 것으로 재정적 책임을 다했다고 말하면 오산이다. 학비는 이화여대가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가격을 치른 것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학생은 학교의 주인이 아니지만 주인공”, “학교 측의 ‘탑다운 방식’ 결정에 항거하는 것이 대의”, “학생들을 나무라기 전에 학교의 무성의한 대응을 탓해야 한다”, “이해당사자(stakeholder)에 대한 배려 내지는 룰이 없다”, “전무했던 민주적 절차”라는 말들로 사실을 호도한다.

   
▲ 지난 일주일간 이화여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학생들의 농성과 교수 감금 사건은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철회라는 결과로 끝났다. 이화여대는 3일 '미래라이프'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추진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사진=이화여자대학교 공식 홍보영상


학생이 학교의 주인공이라 치자. 주인공은 세팅된 무대에 올라 감독의 구령과 대본 시나리오에 맞춰 연기한다. 사전에 짜여진 합과 룰을 벗어나지 않는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이화여대든 서울대든 상관없이 모든 대학은 재단이 있고 이사진과 경영진이 존재한다. 그들이 의사결정권자이자 연출감독이다. 정해진 대본 시나리오는 대학의 규정과 현행 법률이다.

이화여대 운영에 민주적 절차 운운하는 것은 가당찮다. 이대가 돈을 투자해 건물을 짓고 학과를 개설해 교수를 채용했다. 이러한 일련의 교육 투자에 한 푼의 돈도 투자하지 않은 학생들의 의견을 왜 물어봐야하나. 모든 대학생이 입학할 때 그런 권리를 갖고 입학했다고 말하는 바보가 있을지 궁금하다.

탑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을 배격하고 민주적 절차를 그렇게 좋아한다니 반문해본다. 이번에 이화여대 교수들을 감금하고 시위를 벌인 것에 대해 여기에 동참하지 않고 학교 도서관과 대학 연구실에서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는 봤나. 특정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타인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가 아니라 떼법이고 광장 민주주의라는 폭력이다.

범죄 혐의자도 경찰이 영장 없이 구금하면 난리를 피우기 마련이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르든 명백하게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적 행위는 용서되어선 안 된다. 이번 이화여대생들은 그러한 짓을 저질렀다. 이대 동문 졸업생이라는 자들은 이에 동조하고 지지를 표했다.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설립 반대? 뷰티 웰니스 종사자들에 대해 사농공상식 마인드로 우월하게 내려다보는 시선도 문제이지만 그에 앞서 떼법이라는 방식을 택한 이대생들은 스스로 학교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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