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현실 충분히 반영안돼" 지적…당국 "시장개척 과정"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딱 그런 상황입니다."

'저축은행판 사잇돌 대출'이 설계안 확정과 동시에 논란에 휘말렸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제1금융권 사잇돌 대출의 흐름을 이어가기에는 소비자 편의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난색이지만 금융당국은 우선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 '저축은행판 사잇돌 대출'이 설계안 확정과 동시에 논란에 휘말렸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제1금융권 사잇돌 대출의 흐름을 이어가기에는 소비자 편의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난색이지만 금융당국은 우선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미디어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서울보증보험과 저축은행중앙회 등은 중금리 대출상품인 일명 '사잇돌 대출2'의 상품구조 설계안을 확정했다. 신용 4~8등급 저신용자들을 위한 중금리 대출상품으로 출시된 은행권 버전의 '사잇돌 대출'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들이 내달 5일 '제2탄'을 내놓기로 한 것. 본래 저축은행이야말로 중금리 대출시장의 '안방마님'이기 때문에 기대는 더욱 컸다.

이번 설계안의 핵심은 금융소비자들의 채무불이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보증보험과 저축은행중앙회가 위험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맞춰졌다. 특히 당국과 서울보증 측이 업계의 요구수준보다 높은 7~8%대의 보증보험요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최종 확정안에서 보증보험요율은 평균 5.2%로 시중은행들의 평균 요율인 2.77%보다는 높지만 그나마 업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대출 문턱도 근로소득 연 1500만 원 이상, 사업‧연금소득 연 800만원 수준으로 근로소득 연 2000만 원-사업소득 1200만 원 수준을 요구하는 은행권보다 다소 낮게 맞춰졌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 사잇돌2의 금리 수준은 연평균 15~16%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의 6~10%보다는 높지만 기존 저축은행 대출상품이나 대부업체에 비하면 훨씬 양호한 수준이라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은 충분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잇돌2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소액대출상품'도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는 간편형 상품이다. 고금리의 대부업체들로 향하는 금융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다수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 업계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사잇돌 대출1의 좋은 반응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잇돌2의 경우 시중은행들의 사잇돌1에서 거부를 당한 소비자들이 온다는 점을 더 감안했어야 한다"면서 "사잇돌1의 조건을 적당히 완화한 수준에서 사잇돌2를 설계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즉, 사잇돌1에서 거절당한 소비자들의 연체율이나 부실률은 사잇돌1 소비자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아무리 보증보험을 끼고 들어왔어도 대출 실행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이번 설계안의 경우)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섞어서 반영한 것 같은데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잇돌2가 소액대출에 진출하는 점은 좋지만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불만도 있다. 저축은행 대출 프로그램 설치→대출 신청→각종 서류와 본인 확인→전화확인→대출 약정→대출 입금 등으로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본인 확인과정이 지나치게 많아 간편‧비대면을 모토로 하는 소액대출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골자다. 결국 소액대출 소비자는 온라인 인증‧전화 인증‧휴대전화나 신용카드 인증 등 최소 3회 이상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한다. 

B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요즘 금융권이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공인인증서 같은 보안절차"라면서 "기껏 나온 좋은 아이디어가 행정상 불편 때문에 무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저축은행들의 경우 소액대출은 아예 취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의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은 우선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다수 이해관계자들이 논의하면서 불만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며 "중금리 시장이 개척되는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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