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이상화(25·서울시청)에 대한 케빈 크로켓(40·캐나다) 코치의 신뢰는 대단했다.

1년 5개월 동안 이상화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크로켓 코치는 이상화가 2연패에 성공하자 "금메달을 원했다"며 활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 이상화가 시상식에서 2,3위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뉴시스


크로켓 코치는 1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내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대회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원했던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크로켓 코치는 이상화의 1차 레이스에 대해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마지막 18조 아웃코스를 배정받은 이상화는 한 수 아래인 브리타니 보우(미국)와 레이스를 펼쳤다. 최소한 비슷한 실력의 파트너를 원했던 이상화에게 좋은 조 편성은 아니었다.

크로켓 코치는 "1차 레이스에서 이상화가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면서 "상화는 보우의 머리 위에 있는 선수다. 조 편성이 좋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상화는 1차 레이스에서 37초42로 1위를 차지하더니 2차 레이스에서 37초28을 기록, 합계 74초70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차 레이스와 합계는 올림픽신기록이었다.

크로켓 코치는 "상화는 레이서였다. 파이팅이 넘쳤고 자신의 레이스에 집중했다"면서 "1차 레이스를 끝낸 뒤 안정을 찾았다. (2차 레이스에서)왕베이싱과 붙으니 더욱 파이팅하라고 주문했는데 통화가 잘 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 후보 0순위답게 레이스를 지배했다. 라이벌 위징(중국)이 빠지면서 사실상 이상화를 위협할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위징은 올림픽 직전 허리 부상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크로켓 코치는 "위징이 불참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위징은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무척 좋은 컨디션을 보였다"며 의아해하더니 "위징이 나왔더라도 상화가 금메달을 땄을 것"이라며 제자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였다.

크로켓 코치는 이상화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어린 아이처럼 펄쩍 뛰었다. 어느 덧 그의 손에는 태극기가 쥐어져 있었다.

첫 관문을 무사히 마친 이상화는 13일 1000m에서 크로켓 코치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다. 스피드와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1000m는 500m에 비해 메달 가능성이 떨어진다. 크로켓 코치는 "1000m는 보너스"라며 즐거운 레이스를 강조했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물론 입상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상화가 1000m에서는 그렇게 강한 선수가 아니다"고 말을 이어간 크로켓 코치는 "200m와 600m에서 빠른 스피드를 낸다면 메달권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크로켓 코치는 이상화의 금메달로 팀 분위기가 살아나길 기대했다. 크로켓 코치는 전날 남자 500m에서 4위에 머문 모태범(25·대한항공)에 대해 "메달에 실패해 개인적으로 실망했다"면서도 "모태범도 1000m에서 할 수 있다. 이상화의 금메달이 그에게 에너지를 줄 것"이라고 모태범의 선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