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이 안 통했던 까칠한 우 수석, 언론·정치권 집중표적 '마녀사냥'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사 시절부터 적이 많았다고 한다. 재벌이건 정치인이건 수사 관련 민원을 일체 들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철두철미하고 인정사정없는 수사로 동료 부하 검사들조차 때로 등을 돌리게 하는 경우도 있었단다. 이건 필자의 소감이 아니라 우 수석을 오래전부터 취재해온 언론의 증언이다.

수사 능력하나만큼은 끝내주지만 대한민국 1%들의 사정을 잘 봐주지 않았다니 그만큼 미움과 견제를 많이 받았을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우 수석이 지금 온갖 시덥지 않은 것들로 '보복'을 당하는 이유도 알 것 같다.

동아일보 3일 기자칼럼 '우병우의 딜레마'에는 우 수석이 지금 왜 난데없이 언론과 정치권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지 잘 나와 있다. 최우열 기자에 의하면 작년부터 우 수석에 대한 온갖 제보와 설이 난무했고 그때 야당과 각 언론사에는 '우병우 TF(태스크포스)'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 결과였던 것이다.

최 기자는 "여야, 법조 후배 어느 누구도 우 수석을 감싸지 않는다. 도처에 적뿐이다. 이런 사태가 왜 빚어졌는지 우 수석 본인이 깊이 생각해 볼 때"라고 지적했지만 필자는 전혀 공감할 수 없다. 언론의 증언대로 우 수석이 재벌과 정치인의 민원을 들어주지 않아 '너도 한 번 혼나봐라'는 이 사단이 벌어졌다면 더욱 그렇다. 냉정하고 지독한 일처리로 동료 후배 검사들에게, 재벌과 정치인들에게 미움을 살 정도였다면 그런 능력이야말로 민정수석으로서 충분한 자격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부하직원들을 다독이고 남을 이해하는 인간적 면모와 냉정한 일처리를 혼동해서도 곤란하다. 수백억대 재산가인 우 수석에 대해 언론이 작년부터 '우병우 TF'까지 만들어 팠다는데 지금 처가 부동산 관련 일부 의혹이나 아들 병역 꽃보직 논란 정도라면, 자기 관리나 처신이나 우 수석을 모질게 비판할 면을 찾기 어렵다는 게 솔직한 필자의 판단이다. 앞으로 치명적인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모를까 의도가 '모함'이나 다름없는데 그런 이유로 공직자를 끌어내려선 곤란하다.

   
▲ 조선일보와 친노의 우병우죽기기가 도를 넘고 있다. 친노는 노무현대통령 비리수사의 주임검사였다는 이유로 저주와 한풀이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우 수석에 대한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로 저의를 의심케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응천을 향한 국민의 선입견 그대로라도 괜찮나

우병우 저격수를 자처한 조선일보와 같은 언론이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행태가 그래서 몹시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또 온갖 비리 혐의로 검찰을 들락날락했던 박지원과 같은 정치인들이 우병우를 공격하는 것이 무슨 설득력이 있나. 안 그래도 우 수석이 의혹보도에 앞장선 언론사들 민원을 거절했다가 괘씸죄를 산 것 같다는 설도 있다.

주류 언론 기자가 칼럼으로 증언하듯 우 수석이 칼 같은 업무처리로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면 분명 내부 음해세력도 있을 것이다. '우병우 때리기'가 시작되자마자 언론에 나가 청와대와 우 수석을 같이 공격하기 시작한 조응천 의원의 행태는 그래서 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청와대를 나와 야당 국회의원이 된 조 의원 행보는 누가 봐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어떻게 문재인의 영입 인사가 될 수 있었는지 혹시 이면에 어떤 얘기가 있었던 건 아닌지도 많은 국민이 여전히 궁금해 한다. 본인은 부정해도 많은 이들은 조 의원이 청와대 저격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응천 의원이 청와대 재직 시절 얻은 정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국민에 약속한 것도 바로 그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조 의원은 지금 스스로 의심을 살만한 부적절한 처신을 하고 있다. 명탐정 뺨치는 네티즌 수사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국민은 인터넷 기사 검색만으로도 우병우 수석에 관련한 조 의원의 언행이나 생각을 금방 알 수 있다.

"우 수석의 처제가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키기 위해 온두라스 위조여권을 만들어 징역8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는데 당시 그 사건을 담당하는 인천지검 외사부가 진경준 차장검사가 지휘하는 체계 안에 있었다." 언론은 이렇듯 조 의원이 우 수석 관련 새로운 의혹제기에 나섰다고 쓰고 있다.

언론이나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정보들을 털어 놓고 마치 본인이 우병우 저격수라도 된 양 공격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 국민은 조 의원이 '그럴 것'이라 예상했던 그대로 믿으면 되는 건가.

'우병우 정국' 더민주당과 조응천 의원에도 좋지 않다

안 그래도 조 의원은 지난 번 MBC 고위직 임원을 엉뚱한 성추행범으로 몰아간 허위폭로로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그런 뒤에 조 의원이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이 우병우 수석 공격이다.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인가. 이런 모습을 보고 얼마나 많은 국민이 조 의원은 국민에 한 약속은 지킬 인물이라고 신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조응천이 자신을 영입한 문재인에 보답하려고 저러는 것 아닐까, 예상대로 박근혜 정권 공격을 시작하는 것 아닐까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건 필자가 억지로 그렇게 보려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행보가 만들어 낸 합리적 의심이다.

어찌됐든 우병우 수석 처가 의혹을 흘린 당사자로 의심받는 현직 청와대 비서관이 허위사실 유포자를 밝혀달라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조만간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이다. 만일 '우병우 죽이기'로 보이는 이번 정국에 어떤 음모의 커넥션이 연관돼 있었다면 그것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

수사 결과 여부를 떠나 어찌됐든 조 의원은 앞으로도 남보다 더 몇 배는 처신에 조심해야 한다. 조 의원은 청와대에 재직하면서 많은 기밀 정보를 들여다 본 당사자다. 우 수석 일과 같은 일이 잦다면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도 곤혹스럽겠지만, 이번 일처럼 뭔가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날 때마다 국민의 시선은 똑같이 더민주당과 조응천 의원에게도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심이 반복된다면 문재인 전 대표나 더불어민주당이나 특히 조 의원에게도 이득이 되진 못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조 의원이 먼저 나서서 우병우 수석 의혹 정국에 대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대한민국이 우병우 공화국이 됐다"고 하지만 민원이 안 통하는 까칠한 민정수석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음모라는 지적도 있는 만큼 우 수석 문제는 순리로 풀어야 한다. 필자는 그 첫 순서가 조응천 의원이 이번 논란에 정정당당하게 입장을 밝혀 많은 이들의 의심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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