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등의 허용을 놓고 서로 ‘으르렁’ 거리던 한국금융투자협회와 전국은행연합회를 금융소비자원이 화해시키는 형국이 펼쳐졌다.

8일 금융투자협회와 은행연합회는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4일 금소원이 “ISA는 국민기만 상품”이라고 비판한데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금소원은 “ISA 일임형 모델포트폴리오 가운데 수익률 상위 10개 상품을 분석한 결과, 공시된 수익률은 평균 2.84%, 여기에 부과되는 일임수수료율은 평균 1.31%”로 “일임수수료를 제외한 실수익률은 평균 1.53%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금소원은 “금융소비자가 얻는 세제혜택보다 증권사나 은행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평균 2.9배 정도 큰 것으로 밝혀진 것은 ISA 계좌가 결국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세제혜택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현재의 ISA 제도는 국민을 기만한 업계 로비 상품이고 헛발질 정책이라는 점에서 전면 폐지하거나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투협과 은행련은 “금융회사가 금융투자협회에 공시하는 일임형 ISA 수익률은 공시기준상 일임수수료를 이미 차감한 수익률을 공시하도록 돼 있다”며 “비판을 위한 사실 왜곡 등은 국민 재산증식을 위해 어렵사리 마련된 세제혜택상품인 ISA상품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ISA를 은행과 증권사가 공동으로 판매하고 있는 만큼 사실과 다른 비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공동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사실 금투협과 은행련의 관계는 그간 그리 매끄럽지 않았다.

지난 2월에는 “은행도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의 주장에 대해 황영기 금투협 회장이 “한국 금융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정면 대결의 양상을 보였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일임형 ISA를 허용하면서 양측 골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달에는 황 회장이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돼야 한다”며 역공을 펼쳤고 이에 하 회장과 은행련이 “증권사는 개인고객에 한해 결제서비스가 허용된 것”이라고 반격하면서 2라운드 돌입 양상마저 보였다. 금융당국은 이달 2일 ‘초대형 IB(투자은행) 육성방안’을 발표하면서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는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은행련 측은 이번 공동대응이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이나 다른 쪽으로 해석되는 것에 높은 경계감을 보였다.

은행련 관계자는 “ISA라는 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이슈가 같다보니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낸 것 뿐”이라며 “증권사 법인지급결제는 원래 관련 법안 통과 때부터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고 금융위원회도 이번 초대형IB 육성안에 이를 포함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투협 측도 강하게 반발하면서 증권사 법인지급결제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투협 관계자는 “관련 법안 통과 때 증권사에 법인지급결제도 허용된 것이고 이에 따라 25개 증권사가 2009년 금융결제원에 지급결제망 이용비 3375억원을 지급한 것”이라며 “은행권이 당시 하도 반대해 우선 증권사에 개인에 대한 지급결제만 허용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당시 법안이 개인에 한정돼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이미 10년이나 지났고 ‘금융규제 완화’가 화두인 시대에 은행련과 은행은 자기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투협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서로의 업권을 대변하다보니 대립하는 측면이 있지만 금투협과 은행련의 사이는 크게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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