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어긋나는 포퓰리즘…임대료·세금 내는 자영업자는 바보인가
   
▲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박원순의 노점상 합법화?…재산권·임차인 안중에 없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부터 8000여개에 이르는 시내 불법 노점의 합법화를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에 서울시가 손사래 치고 나섰다. 현재도 구청장이 도로점용허가가 가능하므로 거리가게(노점)의 영업행위 합법화를 위해 조례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서울시 보도환경개선과는 기존 노점이 보도상 난립으로 보행권을 침해하고 있어 규모축소, 디자인개선 등 관리강화와 함께 일정한 조건을 갖춘 노점에 대해서는 구청장이 점용허가를 내주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8000여 개로 추정되며 특정 시기나 장소를 옮기며 일시적으로 여는 경우까지 합하면 1만 개 이상이라는 서울 시내 불법 노점상의 실상은 이렇다. 노점상이 신청하면 관할 구청이 허가를 내주는 방식이지만 대부분의 구청은 거리 미관과 보행권을 이유로 노점에 도로 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 규모를 줄이고 디자인을 바꾼 노점에 한해 도로 점용 허가를 내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참고로 불법 노점상의 도로 점용 허가권과 단속 모두 관할 구청에 있다.

이와 관련 박원순 시장은 거리 불법 노점에 대해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영업을 허가해야 한다는 문제인식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사람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노점 여러 개를 거느리는 기업형 노점은 퇴출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생계형 노점상을 대상으로 소통과 상생의 노점관리 정책을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각계 전문가들로 ‘거리가게 상생정책 자문단’ 협의체를 꾸린 바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부터 8000여개에 이르는 시내 불법 노점의 합법화를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에 서울시가 손사래 치고 나섰다./사진=미디어펜


문제는 형평성과 역차별이다. 불법노점상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문제인식은 재산권과 임차인에 대한 고려는 안중에도 없다. 다음은 노점 옆 지근거리 건물에서 임대료와 세금을 꼬박 내며 사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의 말이다. 

“우리는 임차료와 각종 세금을 내고 합법적으로 장사하는데,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영업하는 노점을 합법화하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박원순 시장의 말은 불법 노점상이라도 점용 허가 후 연간 50만 원의 도로점용료만 관할구청에 내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에 대한 당연한 항변이다. 장사에 상생이 어디 있나. 박 시장은 뭔가 착각하고 있다. 

세금을 따박따박 내고 임대 임차라는 재산권에 기초한 기존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이 불법노점상들의 생존권에 앞선다. 서울시장이라면 선의 어린 감성적 호소에 의존하는 불특정 다수의 (있지도 않은) 권리를 찾아주기에 앞서, 시장으로서 마땅히 지켜줘야 할 권리 보호에 힘써야 한다. 세금과 임대료를 내는 자영업자들의 호소를 새겨듣길 소원한다. 누구는 바보라서 비싼 월세에 세금 내며 장사하나.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 박원순 시장은 거리 불법 노점에 대해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영업을 허가해야 한다는 문제인식을 밝힌 바 있다./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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