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는 가운데 전기 도매가격이 7년 만에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쓰는 전기요금은 그대로여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에너지 업계와 한국전력 전력통계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기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kwh당 65.31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7월의 kwh당 66.39원 이후 7년 만의 최저치다. 전달의 kwh당 68.78원 보다도 3.47원 더 떨어진 것이다. 지난달 SMP는 아직 공식 집계되지 않았지만, Kwh당 평균 66.80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6∼8월의 SMP는 각 84.54원, 81.99원, 88.59원을 기록한 바 있다.

최근 전기도매가 하락은 올해 이른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례적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하락과 신규 석탄발전소 설립 등이 가격을 끌어내린 원인으로 꼽는다. 최근 저유가 흐름으로 전력 수요가 많을 때 가동되는 LNG발전의 원료인 LNG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또 지난달 발전용량 930㎿ 규모의 당진 화력9호 석탄발전기가 가동에 들어간 점도 가격하락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SMP가 낮아져도 소비자들이 쓰는 전기 소매가격에 곧장 반영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전기요금은 정부 승인을 거쳐 결정되는 정책적 가격이기 때문이다.

전기의 도매가격은 떨어지고 소매가격은 그대로이다 보니 한국전력은 올해 상반기 전년보다 약 46% 증가한 6조309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한전은 지난해 11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를 경신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LNG발전사들인 포스코에너지, SK E&S, GS EPS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4∼77% 감소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 도매가격의 인하를 전기요금에 반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최근 SMP의 하락은 저유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몇 년 전에는 SMP가 200∼300원까지 올라간 적도 있는데 SMP와 전기 소매가격을 연동하면 오히려 전력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SMP가 높을 때는 한전이 천문학적인 적자를 감수하며 전기요금을 싸게 유지했고, 원가 회수율을 회복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는 것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7∼9월 한시적으로 시행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도 올해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전체 6단계의 누진제 가운데 4단계에 해당하는 전기를 썼더라도 3단계 요금을 적용했다.

그러나 에너지의 연료비와 연계하지 않는 전기요금 체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전기요금은 에너지 가운데 유일하게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는 요금"이라며 "요금은 연료비가 싸지면 소비를 늘리고 비싸지면 소비를 줄이도록 하는 일종의 신호 역할을 하는 만큼 전기요금도 에너지 가격의 변동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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