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한국 조선업계의 수주가뭄이 계속되며 미래 일감인 수주잔량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9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한국의 수주잔량은 2387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2003년 11월 말(2351만CGT) 이후 12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7월 말 현재 중국은 3604만CGT, 일본은 2213만CGT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수주잔량도 7월 말 기준 9818만CGT로 집계돼 2005년 2월 말(9657만CGT) 이래 11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수주난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일감이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7월 한 달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6월(103만CGT)보다 19만CGT가 줄어든 84만CGT(26척)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내 조선업체 수주는 현대미포조선이 로팍스(RoPax)선 1척, 2만CGT를 수주한 것이 유일했다.

반면 일본은 44만CGT(11척)를 수주해 가장 많은 수주 실적을 거뒀다. 이는 일본 NYK가 JMU에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 MOL가 Honda Zosen에 다목적선 3척을 발주하는 등 자국 선사의 발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자국 선사의 발주가 있었던 중국도 32만CGT(12척)를 수주해 일본의 뒤를 이으며 한국과 대조를 이뤘다.

이로 인해 조선업 불황 속에서도 중국과 일본은 수주잔량에 있어서 연초보다 시장점유율이 소폭 늘어났지만, 우리나라만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1~7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725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발주량 2282만CGT의 3분의 1에 그쳤다. 이 기간 중국은 277만CGT를 수주해 점유율 38.3%(1위)를 기록했지만, 한국과 일본은 각각 86만CGT(11.9%), 99만CGT(13.6%) 수주에 그쳤다.

그 결과 수주잔량을 기준으로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1월 초 36.1%에서 8월 초 36.7%로,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1월 초 22.4%에서 8월 초 22.5%로 소폭 늘었지만, 한국은 1월 초 27.2%에서 8월 초 24.3%로 줄어들었다.

한편 7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25포인트를 기록해 2004년 2월(124포인트)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0여 년간 유지해온 선가 126포인트가 무너진 것이다.

주요 선종별로 보면 VLCC가 6월 말 대비 선가가 200만 달러 하락했고, 수에즈막스와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은 각각 척당 125만 달러씩 하락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선가도 척당 200만~250만 달러씩 하락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가가 떨어지면 저가 수주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수주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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