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기료 폭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9일 장에서 한국전력의 시총은 39조2882억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삼성전자(221조9958억원)에 이어 국내 증시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총 3위인 현대차(30조677억원)에 비해서는 10조원가량이나 크다.

사실 한국전력은 지난 1989년 8월 상장이후 1990년대까지 국내 증시 시총 1위를 자리를 고수하다가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에 왕좌를 내줬다. 이후 시총 5위권을 오가던 한국전력은 SK하이닉스와 현대차를 차례로 밀어내고 올 초부터 다시 시총 2위 자리에 복귀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의 시총이 이처럼 커진 것은 실적 개선세 영향이다. 지난해 한국전력은 11조34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올해 들어서도 2분기까지 6조309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이 14조39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을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전력의 올 2분기 OPM(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4%로, 2년여 만에 2분기 8조원대 영업이익에 복귀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 16.2%에 비해 4.2%포인트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강도는 거세지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한국전력의 호실적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보다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원가절감으로 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력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와 유연탄 등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가절감 하락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력 전력통계시스템 등에 따르면 6월 계통한계가격(SMP)은 65.31원/㎾h로 2009년 7월의 66.39원/㎾h 이후 7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SMP는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전기 도매가격으로 낮을수록 한국전력의 비용이 절감되고 이익이 높아진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른 나라도 산업용 전력 대비 가정용 전력이 비싼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누진제보다는 작년부터 이어진 유가하락으로 원가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실적 개선에 이유”라고 말했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작년 신월성 2호기 원전이 상업 운전을 시작했고 올 7월 당진 화력 9호기 석탄 발전소도 가동되는 등 기저발전 비중이 늘어나면서 폭염이 지속돼도 SMP는 오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기업이 증시 시총 상위권에 올라있는 것도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이나 중국공상은행 등 다른 나라 공기업도 증시에서 시총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누진제보다는 한국전력이 독점기업이라서 자연적으로 규모가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요금에 근거 없는 차별이 벌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내수시장 살리기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

황 실장은 “우리경제에서 내수확대 등 가계의 중요성이 높은 상황에서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전력대란 등으로 누진제를 폐지하기는 어렵겠지만 산업용에도 누진제를 함께 적용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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