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가 금수저 이겨 보수정당 홍해기적, 새누리혁신과 보수빅텐트 구축 관건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새누리당에 혁명이 일어났다. '흙수저'가 '금수저들'을 이겼다.

대이변이었다. 영남당인 새누리당에 호남출신이 최초로 당대표가 됐다.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이 9일 서울 잠실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주호영 이주영 한선교후보를 제치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대표 자신의 말대로 헌정사상 최초의 호남출신 보수정당을 이끌어가게 됐다. 그는 '근본없는 놈'을 자처하며 현장 구석구석을 누볐다. 철저히 낮고 섬기는 자세로 일선 당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비주류, 비엘리트의 당료출신이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그는 후보출마 이후 페이스북에 영호남과 경기 강원 서울 충청 등 가는 곳마다 현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튼튼한 발과 부지런한 손으로 선거를 치렀다.

머리가 아닌 가슴,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선거를 했다. 밑바닥 정서가 그에게 쏠렸다. 당초 유력했던 범친박계 이주영의원을 누른 데는 이같은 낮은 데로 임한 선거와 섬기는 리더십, 가슴과 감성선거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주영의원처럼 세나 조직, 지지세력을 과시하지 않았다. 그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의 기적을 실현했다. 물방울을 떨어뜨려 바위를 뚫는 일을 해냈다.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 참석하며 당대표에 출마한 이정현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노래 '거위의 꿈'에 엉엉 울었다. 공감했다. 자신처럼 살아가는 많은 서민들, 소외세력, 벽에 부딪쳐서 무릎을  꿇는 청년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고 했다. '버려지고 찢겨 남루한, 그러나 내게는 보석보다 중요한 꿈'으로 이루어진 거위의 꿈 가사에 흠뻑 빠졌다.    

이정현은 호남출신에겐 불모지였던 새누리당에 들어갔다. 말단 사무처 당직자부터 시작해 의원을 거쳐 당대표에 오르기까지 무려 16계단을 밟았다. 서울법대 출신 등 명문대 출신에 판사경력을 자랑하는 이주영과  주호영 의원의 화려한 경력에 비해 별달리 내세울 게 없었다. 세상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6두품이 성골 진골을 물리치고 집권여당의 선장이 됐다.

선거기간 악재도 있었다. 세월호 사건 당시 KBS 보도압력 의혹이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야당과 좌파언론은 연일 이대표를 물고늘어졌다.

이대표는 의연하게 대처했다. 철저하게 당원들이 있는 현장을 다녔다. KBS악재도 당당하게 극복했다.   

처음 출사표를 던졌을 때 당지도부와 당원, 언론에선 고개를 갸우뚱했다. 최고위원에나 출마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강했다. 총선 참패이후 친박에 대한 비판이 무성했다. 최경환을 필두로 친박계는 이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조중동과 김무성 전대표 등 비박계는 친박계의 반성과 일선후퇴를 요구했다.

이대표는 박근혜대통령을 지근거리에 모신 골수친박이었다. 총선이후 변화한 정치지형에서 비박계와 맞서 승산이 있을까 하는 이야기가 무성했다. 이같은 편견을 보기좋게 깨뜨렸다.

이정현의 새누리호는 이제 어디로 가는가?

이대표의 가장 큰 숙제는 내년 12월 대선 승리다. 지상명령이다. 정권재창출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현재 새누리당 대권주자는 무기력하다. 야당의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손학규 김부겸 등에 비해 열세다. 시중여론은 99.9% 야당에 정권이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새누리당 잠룡들로는 승산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메기를 투입해야 한다. 관심을 끌어야 한다. 메기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다. 반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반총장이 여권 대선후보로 출사표를 던질 경우 여권의 대선흥행도 관심을 끌 것이다. 김무성 전대표와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하다. 유승민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서울시장도 다크호스다. 이들을 총출동시켜 대선경선을 국민적 관심사속에 진행해야 한다. 흥행거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반기문을 어떻게 경선주자군에 포함시켜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느냐가 중요하다. 꽃가마를 태우는 것은 친박계로선 자멸 행위다. 영입이나 추대로 가면 보수세력 전체에도 악재가 된다. 정치공학으로 접근하면 모두가 죽는다. 반총장을 통해 대한민국과 보수세력이 다 바꾸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대표는 잠룡들을 효과적으로관리하면서,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 쉽지 않다. 막중한 과제지만, 해내야 한다.

   
▲ '흙수저' 이정현의원이 새누리당대표에 선출됐다.보수정치에서 홍해의 기적을 이뤄냈다. 김무성 반기문 남경필 등 대선주자들을 관리하면서, 대선승리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미디어펜

새누리당을 잡음없이 이끌어갈 리더십도 문제다. 그가 당대표를 맡는 동안, TK와 PK가 화합하면서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TK와 PK의 화합이 전제돼야 이정현호의 연착륙이 가능하다. 두 지역간 갈등과 분열이 심화하면 이대표는 가혹한 심판대에 서게 된다.

영남보수세력이 분열되면 정권재창출도 물건너갈 것이다. 이대표로선 두지역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면서, 추슬러야 한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를 둘러싸고 두지역은 심하게 싸운 바 있다. 다행히 김해공항 확장으로 두지역간 최악의 갈등위기는 해소됐다.

최고위원들과의 원만한 관계유지도 변수다. 친박계인 이장우 조원진 등 최고위원들과의 화합이 일차적 과제다. 비박계 최고위원들과도 내년 대선승리를 위한 대승적 차원의 협조와 소통이 중요하다.

변수는 있다. 이정현과 친박들이 최고위원에 선출될 경우 박대통령 친위정당이란 꼬리표가 붙을 수도 있다. 야당과 언론에서 이같은 프레임으로 낙인찍을 수 있다. 친위정당이미지가 고착화하는 것은 국민과 여론엔 불리하다.

친위정당 이미지를 벗어나려면 중앙당 폐지 등 대혁신을 해야 한다. 보수세력의 기득권이미지를 걷어내야 한다. 새누리당을 국민을 섬기는 형태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정치권의 각종 특혜와 기득권 다 내려놓아야 한다.

정치혁신을 통해 실망한 산토끼를 다시 모셔와야 한다. 중원에서 방황하는 토끼들도 새누리둥지로 끌여들여야 한다. 빅보수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보수세력과 중도세력을 한데로 모아야 한다.

그는 "새누리당을 죽여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려면 새누리당은 죽어야 한다고 했다. 그의 결기를 느낄 수 있다. 죽을 각오로 변신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빅텐트를 형성하지 않으면 내년 대선은 야당에 헌상할 수밖에 없다. 친박 비박 친이 등 모든 보수세력을 모아야 한다. 지난 4.13총선처럼 친박 비박계 친이계로 대분열하면 미래가 없다.   

이정현리더십이 흔들리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것이다. 정계계편 가능성이다. 기존 안철수 정당에 이어 새로운 중도정당이 생길 수 있다. 새누리당내 비박계와 중도성향의 의원들이 모여 새로운 정당을 결성할 수 있다. 여기엔 정의화 손학규 김종인 등 뉴트럴한 정치인들이 한데 모일 수 있다.

정계개편에는 굉장히 복잡한 방정식이 이루어질 것이다.

보수정치혁명을 일으킨 이정현대표. 그는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보수정치에서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을 창출했다. 돈과 줄 백이 없는 그가 집권보수정당을 이끌어가는 것은 지난할 수밖에 없다.

이대표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내년 대선승리를 위한 정비를 해야 한다. 대선주자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 갈라진 새누리당을 하나로 뭉쳐야 한다. 새로운 혁신을 해야 한다. 정치혁신과 대선승리
대장정에 나서는 이정현대표에게 신의 가호와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