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지' 소치에 입성한 김연아(24)가 심판의 텃세나 러시아 관중들의 응원에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김연아는 13일(한국시간)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참가를 위해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공항을 통해 입국, 심판과 관중에 대한 질문에 "심판 판정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걱정하지는 않는다"며 "이런저런 관중들 앞에서 다 해봐서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밝혔다.

   
▲ 김연아가 13일(현지시간) 소치 국제공항을 통해 러시아에 입국하고 있다./뉴시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점(228.56점)을 받고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이후 은퇴를 놓고 고민하다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빙판을 떠나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소치올림픽에서 화려한 은퇴를 꿈꾸는 동시에 올림픽 2연패를 노리고 있는 김연아를 향한 걱정거리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첫째는 홈에서 올림픽에 나서는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7·러시아)에 대한 심판들의 '편파 판정'이다.

리프니츠카야는 김연아보다 기량이 한 수 아래로 여겨졌지만 최근 기량이 급성장했다. 전반적으로 큰 실수없이 연기를 하는 그에게 심판들이 홈 이점을 안겨주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다.

올림픽 초반 벌어진 피겨 단체전에서 리프니츠카야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었다. 트리플 러츠가 롱에지였지만, 이런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의혹의 시선이 있다.

김연아는 초연했다. 그는 "심판마다, 선수들이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다르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부분이다"며 의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간 찜찜하게 마무리한 경기도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 선수나 코치들의 노력으로 심사를 잘하도록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의 한 부분이고 늘 있었던 논란이니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 김연아는 "부당한 판정을 받았더라도 경기는 끝난 것이다. 항의해서 고칠 수도 없는 것이니 받아들여야한다. 시합의 일부다. 나는 마지막이니 부당한 판정을 받는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더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김연아를 방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피겨 단체전에서 러시아 관중들은 러시아 선수의 연기가 끝났는데도 발을 구르는 등 정도가 지나칠 정도의 응원을 보냈다.

김연아는 "러시아 선수가 나왔을 때 그러는 것은 당연하지만 러시아 선수가 아니어도 응원을 그렇게 하더라. 선수에게 영향이 가지 않을까 싶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런저런 관중 앞에서 연기를 해봤다. 오히려 밴쿠버올림픽 때에도 제 팬이 그다지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전 세계의 사람들이 보는 올림픽이니 저를 응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리프니츠카야의 매서운 성장세도 김연아를 흔들지는 못한 듯 했다.

"아직 연습도 하지 않은 상태다. 어느 대회든 우승후보가 항상 있다.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 김연아는 "그런 분위기가 선수들에게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지만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준비한만큼 하는 것이다"고 자기자신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연아는 "그날 운인 것 같다. 운에 맡기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어떤 결과든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퇴 무대로 점찍은 소치올림픽의 '결전지'에 도착했지만, 김연아는 담담했다.

김연아는 "시즌 내내 언제 이날이 올까 기다렸다. 드디어 소치에 오게 됐다. 일주일 동안 연습을 하고 경기에 나서게 되는데 일주일이 길 것 같은 느낌"이라며 "오늘 늦게 도착했으니 남은 시간 적응하고 연습하며 컨디션을 조절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밴쿠버올림픽 전에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최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준비하는 과정에도 후회가 없다. 경기 당일 베스트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준비한 것을 잘 발휘하도록 컨디션을 조율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연아는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리프니츠카야, 아사다 등 그나마 김연아의 경쟁자로 꼽히는 선수들은 모두 단체전을 치른 상황이다. 한국은 단체전 출전권이 없어 김연아는 단체전에 나서지 않았다.

김연아는 "경기장에서 미리 타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유리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단체전을 보며 내가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 선수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회 하나를 치르는데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선수 입장에서는 개인전이 더 중요한데 단체전에 출전하면 컨디션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 같은 경우 단체전에 출전해 실수를 했다면 찜찜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중계로 단체전을 지켜보기는 했다는 김연아는 "경기장을 눈으로 익히기 위해 봤다. 조명이나 관중, 펜스 등을 주로 봤다. 내가 타야할 곳이라 눈에 익히려 했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마지막이라는 것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더 편한 마음으로 경기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흐트러지고 집중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김연아는 "다른 대회와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드디어 대회가 시작되는구나'라는 생각 뿐이다"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육체적으로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기에 후회는 없다. 실전의 날 긴장하지 않으면 무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 섞인 다짐을 밝힌 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