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금융당국이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의 은행 판매 제한에 놓고 고민에 빠졌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ELS 규제를 위해서는 가장 판매 비중이 높은 은행 지점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하지만 은행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은행 지점에 대한 ELS 판매 금지에 대해 작년 하반기부터 논의를 시작한 뒤 올해 하반기부터 이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강한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검토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금융위는 현재 수백만원 수준인 주가연계신탁(ELT‧은행에서 판매되는 신탁형 ELS)의 최저가입한도를 5000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내용을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넣으려다가 규제개혁위원회 등의 거듭된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절대 그런 일(은행 ELS 판매 금지)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대신 금융당국은 판매처와 상관없이 ELS에 대한 적합성 평가 및 판매규제를 강화해 은행 예금 고객, 고령자들에게는 판매를 아주 어렵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ELS를 비롯한 파생결합증권 규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은 올 초 홍콩H지수 폭락 사태와 더불어 최근 브렉시트와 국제유가 급락으로 ELS와 DLS(좁은 의미의 파생결합증권)의 원금손실 가능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일 기준 공모 녹인유형 ELS 발행잔액 20조1754억원 중 2조8470억원 규모가, DLS는 1조2010억원 중 5321억원어치가 녹인(Knock-in‧ 원금손실구간 진입)이 발생했다.

이날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월례 기자 간담회에서 “ELS를 포함한 파생결합증권이 무분별하게 판매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증권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광범위한 지점망을 통해 전체 ELS 판매의 70%가량을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권에 대한 ELS 판매 규제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ELS는 상품구조가 복잡해 수수료 수익이 다른 상품에 비해 많이 남으면서 은행권의 불완전판매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와는 달리 은행 지점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원금보장형을 원하는 투자성향 고객이 많은 만큼 증권사보다는 은행의 ELS 판매 규제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ELS가 포함되는 데, 그럼 ISA도 하지 말란 말이냐”며 “같은 상품을 판매처에 따라 규제를 달리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증권사 역시 금융위가 지난 2일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내놓면서 국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의 ELS(36%)를 통한 자금조달이 과도하다고 지적한 만큼 앞으로 ELS 발행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에 대해 ELS 비중을 줄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 2조6741억원으로 ELS 발행규모 1위를 기록한 NH투자증권은 상반기까지 1893억원의 ELS 관련 손실을 입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LS를 현재와 같이 증권사와 은행 다 팔 수 있게 하되, 선취수수료를 후취 성과수수료로 바꿔서 불완전판매를 줄이고 고객의 수익률도 높이는 방안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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